이만수·이대호, 그리고···한국프로야구 역사에 2명에게만 허락됐던 ‘타율·홈런’ 동시 석권, 도전장 내민 김도영
타율과 홈런. 각각 정교함과 파워를 상징하는 타자의 스탯이다.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타율과 홈런에서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면, ‘완성형’ 타자라는 호칭을 달고도 남는다.
올해 프로 데뷔 3년차 김도영은 리그에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다. 지금 김도영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단 2명 밖에 없었던 타율, 홈런 타이틀 동시 석권에 도전할 페이스다.
29일까지 김도영은 타율 0.354, 28홈런 7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에서는 빅터 레이예스(롯데), 기예르모 에레디아(SSG·이상 0.359)에 5리 뒤진 3위, 홈런에서는 맷 데이비슨(NC·30개)에 2개 뒤진 2위다.
타율은 시즌 초반부터 고공 행진이었다. 3~4월 0.338, 5월 0.326을 기록했던 김도영의 월간 타율은 여름의 초입인 6월에 0.352로 뛰어오르더니, 7월에는 20경기에서 무려 0.419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도 페이스가 대단하다. 3~4월 10개의 홈런을 날린 김도영은 5월에는 3개로 주춤하더니 6월 8개에 이어 7월에 7개를 보탰다.
특히 홈런 페이스를 주목할 만하다. 김도영은 7월 첫 2경기에서 홈런 2개를 쏘아올린 뒤 10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지 못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20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최근 8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몰아치기’를 선보이며 홈런왕 경쟁을 안갯속으로 몰고 갔다.
현재 홈런 1위 데이비슨의 홈런 페이스가 주춤한데다, 최근 손아섭과 박건우의 부상으로 인해 집중견제가 쏟아지면서 앞으로도 고전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도영이 데이비슨을 제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타율과 홈런 타이틀 동시 석권은 단 2명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최초는 1984년 이만수였다. 그 해 이만수는 타율 0.340, 23홈런 80타점을 기록하며 타율과 홈런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이대호다. 이대호는 심지어 2번이나 기록했다. 2006년 타율 0.336 26홈런 88타점으로 타율과 홈런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 시즌인 2010년(타율 0.364 44홈런 133타점)에 한 번 더 작성했다.
이만수와 이대호는 그 시즌 타점에서도 1위에 올라 타격 트리플크라운까지 작성했다. 반면 타점 1위 최형우(92타점)와 차이가 꽤 벌어져 있는 김도영의 타점왕 등극 가능성은 타율, 홈런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율, 홈런 동시 석권은 2012년 미겔 카브레라 이후 10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점점 간극이 벌어져 가는 타율과 홈런의 사이에서, 김도영은 오랜만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진기록에 도전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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