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넘을 비만약 개발사로 中간&리 급부상?...韓업계 반응은 ‘글쎄’

김진호 2024. 7. 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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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 등이 선점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수용체 억제 기전의 비만약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각국의 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지난해 매출 6조원을 돌파하며 비만시장을 압도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를 따라잡을 차세대 신약개발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간&리)가 위고비 대비 반감기를 2배 늘린 장기지속형 비만 신약 후보물질의 성공적인 임상 2b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간&리의 물질은 투약 간격은 길지만 “고용량을 투약해야 하는 만큼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인벤티지랩(389470)과 디앤디파마텍(347850) 등이 장기지속형 또는 경구제 방식의 비만약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GLP-1 계열의 비만약은 현재 3종이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삭센다는 매일 1회, 위고비는 주1회 투여한다. 두 약물은 이미 미국과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 시장에 진출했다. 삭센다의 지난해 매출은 102억 8900만크로네(약 1조9850억원), 위고비는 같은 기간 313억4300만크로네(약 6조원)을 기록했다.

또 일라일릴리가 주1회 투약하는 용법으로 개발한 비만약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도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젭바운드가 출시된 뒤 이달 중국에서 승인되는 등 출시국 확대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젭바운드의 공식 매출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체중 감소 효능이 최대 26%로 위고비(약 20%) 보다 높아 시장성도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간&리 파마슈티컬스가 월2회 간격으로 투약하는 장기지속형 비만약 후보물질 ‘GZR18’의 성공적인 임상 2b상 결과를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제공=게티이미지, Gan&Lee)
간&리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다크호스 급부상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시장 진출에 가장 근접한 약물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듀타이드(글로벌 임상 3상 진행)가 있지만 효능이나 투약 편의성 면에서 위고비나 젭바운드를 압도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급부상한 약물으로 중국 간&리의 장기지속형 신약 후보물질 ‘GZR18’이 꼽힌다.

간&리는 지난 22일 장기지속형 기술을 적용한 GLP-1 단일 작용기전 신약 후보물질 GZR18의 임상 2상 결과 17% 가량의 체중감소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간&리에 따르면 해당 약물을 48㎎씩 월 2회 간격으로 투여한 그룹과 24㎎씩 주 1회씩 투여한 그룹, 위약을 주 1회씩 투여한 그룹 등에서 체중 감소 효능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GZR18이 현 시점에서 출시된 GLP-1 계열 물질 중 투약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ZR18이 고용량을 주입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만약 개발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는 한 달 동안 유효성분을 약 10㎎을, 젭바운드는 최소 40㎎~60㎎ 넣게 된다. 젭바운드가 주목받는 건 물질의 양은 비록 늘었지만 그만큼 체중감량 효능에서 위고비보다 한 단계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반면 간&리의 물질은 유효성분 한달 간 약 100㎎에 달하는 양을 넣고도 그 효능은 위고비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위고비의 임상 3상에서 해당 약물 성분을 주 1회 2.4㎎씩 투약했을 때 15~20%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젭바운드의 경우 10㎎ 또는 15㎎씩 주 1회 투약했을 때 최대 26%의 체중감량 효과가 관찰됐다. 서보듀타이드는 임상 2상 단계에서 4.8㎎씩 주 1회 투약한 다음 약 19%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비만약 개발업계 관계자는 “투약편의성을 다소 개선했다고 해도 효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GZR18이 실제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해당 물질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만큼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3~4년 내 중국 시장에서는 빠르게 출시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비만약 후보물질 ‘IVL3021’을,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 ‘DDO2S’의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제공=각 사)
국내 기업들, 비만치료제 초기 개발 시도

국내 기업들도 간&리처럼 장기지속형 또는 경구 복용 방식의 GLP-1 기전 비만 치료제에 대한 초기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벤티지랩(389470)은 유한양행(000100)과 공동으로 월 1회 투약하는 장기지속형 비만 주사제 후보물질 ‘IVL3021’을 개발하고 있다. IVL3021은 인벤티지랩의 미세 유체 기술을 이용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플랫폼 ‘IVL-GenFludic’이 적용됐다. 양사는 올해 해당 물질의 임상 진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임상 설계가 완료되지 않아 매월 투약해야 하는 IVL3021의 유효성분량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 DD02S에 대해 연내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에 따르면 자체 경구 전환 플랫폼 ‘오랄링크’를 적용한 DD02S의 체내 흡수율은 동물 실험 수준에서 비교할 때 노보 노디스크가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 ‘리벨서스’ 대비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리벨서스의 체내 흡수율이 0.05~0.5%에 이른다. 반면 오랄링크 적용한 DD02S의 체내 흡수율은 5% 이상으로 여러 실험에서 일관되게 수치로 검증되고 있다”며 “원료비 절감을 누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경구용 비만약의 임상 개발을 시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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