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국적인 것으로… 정이삭 휴머니즘, 미국을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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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깨고 싶습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접수했던 정이삭 감독이 '트위스터스'로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한국계 감독의 영화가 북미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건 처음이다.
한국계 감독의 가장 미국적인 정서를 지닌 장르 영화가 가장 '미국적인' 지역에서 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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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다룬 ‘미나리’ 의 감독
내달 7일 주연 배우들과 내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제작 참여
보수적인 미국 중서부 지역 배경
첫주 북미 수익 ‘8125만 달러’
“미나리에 담긴 개인적 재난이
전체로 확대되고 반복된 영화”
“제가 이런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깨고 싶습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접수했던 정이삭 감독이 ‘트위스터스’로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한국계 감독의 영화가 북미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건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민자’를 소재로 한 독립·예술영화 ‘미나리’ 이후, 가장 미국적인 장르와 정서를 지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본토인 북미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평가다.
지난 19일 개봉한 ‘트위스터스’는 개봉 첫 주 북미에서만 8125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첫 주 8125만 달러 수익은 역대 재난 영화 첫 주 최고 흥행 기록이다. 올해 북미 개봉작 중 세 번째로 높은 성적(1위 ‘인사이드 아웃2’, 2위 ‘듄: 파트2’)이자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오펜하이머’와 같은 수치다.
29일까지 전 세계 2억2123만1140달러를 벌어들이며 개봉 2주 만에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전 세계 흥행 순위 13위로 뛰어올랐다.
영화는 역대급 토네이도에 맞선 뉴욕 기상청 직원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 그의 친구 하비(앤서니 라모스), 그리고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의 재난 극복기다. 재난 영화는 1970년대 미국 베트남전 패배 후유증 및 사회 불안이 고조됐을 때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반영해 태동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표 장르 중 하나다.
더구나 영화는 가장 미국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자 실제 촬영지인 오클라호마주를 비롯해 아이오와·인디애나·오하이오·텍사스·네브래스카주 등 중서부 지역은 농업과 제조업을 주로 하며 공동체주의, 애국심, 성실함 등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향한다. 미국 매체 스크린데일리는 “‘트위스터스’는 ‘미국 중심부 가치’(Heartland American values)를 보여주는 인물들로 가득하다”고 평했다. 한국계 감독의 가장 미국적인 정서를 지닌 장르 영화가 가장 ‘미국적인’ 지역에서 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적 이데올로기가 깊이 밴 영화를 정 감독이 맡게 된 건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리안’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하면서 시작됐다. 시리즈 제작사 루카스 필름의 캐슬린 케네디 사장은 ‘트위스터스’를 준비하던 남편인 프랭크 마셜에게 정 감독을 추천했다. 다행히 토네이도는 정 감독에게도 익숙한 소재였다. 오클라호마주 옆 동네인 아칸소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정 감독은 실제로 픽업트럭을 타고 토네이도를 피했던 경험이 있었다.
영화의 공동제작자인 할리우드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그에게 힘이 됐다. 정 감독은 35㎜ 필름 촬영에 스필버그가 도움을 준 사실을 언급하며 “스필버그의 신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기후 위기 등 정치·사회적 메시지보다 재난 상황 극복이란 이야기에 집중하며 보편적인 즐거움을 획득한 것이 흥행의 요인이란 평가도 많다.
재난 영화 필수 요소인 휴머니즘을 연출하기에 ‘미나리’의 감독이 적임자였다는 시각도 있다. 정 감독은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트위스터스’와 ‘미나리’ 모두 재난 영화”라며 “‘미나리’의 축사가 불타는 한 가족에 대한 개인적 재난이 전체로 확대되고, 반복되는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엔 8월 14일에 개봉한다. 이에 앞서 정 감독은 다음 달 7∼8일 주연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 애슐리 J. 샌드버그 제작 총괄 프로듀서와 내한한다. 정 감독은 또 어떤 도전사를 들려줄까.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엔 ‘오 재미있겠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해보자’ 했다가 몇 달 후에 공포에 질려서 ‘내가 대체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를 반복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모험이란 생각이 들지 않게 되면 영화를 하지 않겠죠. 그 전까진 계속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정 감독)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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