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산문시·실험시… 돌고 돌아 ‘디지털 사행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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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고려·조선 시대의 '시조' 혹은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하게 하는 이 시는 최동호(76·사진) 시인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찾아낸 '미래의 시'다.
최 시인은 삼 년여 동안 실험을 거듭한 끝에 완성한 이번 시집에 대해 "디지털적 상황에서 현대시의 진로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한 방향은 민요에서 발원한 고대 시원의 시가 형태로 돌아가 새로운 대안을 찾는 데 있다"며 "그리고 그것은 단형의 극서정시에서 구조적 견고성을 가진 '디지털적 사행시'라 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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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 구조적으로 견고”
“작은 풀꽃에 떨어진//빗방울 하나//우주의 어둠 뚫고 온//지구별 생명의 씨” (‘피어나라, 풀꽃’ 전문)
얼핏 보면 고려·조선 시대의 ‘시조’ 혹은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하게 하는 이 시는 최동호(76·사진) 시인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찾아낸 ‘미래의 시’다. 서사시, 산문시, 실험시 등 수많은 형식의 시가 등장한 가운데 최 시인은 덜어내고 응축한 네 문장만으로 구성한 시, 즉 ‘사행시’를 하나의 시집으로 묶어냈다.
무수한 경험 끝에 종착지는 순정일까. 그가 ‘최동호 사행시집’이라는 부제를 붙인 ‘생이 빛나는 오늘’(서정시학)은 1976년 시집 ‘황사바람’을 시작으로 여러 길고 짧은 시를 써가며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정지용문학상, 미국의 제니마문학상 등 시문학으로 받을 수 있는 상 대부분을 휩쓴 시인이 제시하는 서정시의 정수다. 최 시인은 삼 년여 동안 실험을 거듭한 끝에 완성한 이번 시집에 대해 “디지털적 상황에서 현대시의 진로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한 방향은 민요에서 발원한 고대 시원의 시가 형태로 돌아가 새로운 대안을 찾는 데 있다”며 “그리고 그것은 단형의 극서정시에서 구조적 견고성을 가진 ‘디지털적 사행시’라 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그는 ‘4행’을 완벽한 형태라고 바라봤을까. 답은 사행시가 가진 ‘기승전결’이라는 미학적인 구조에 있다. 군더더기 없이 네 개의 행으로 기, 승, 전, 결을 표현한 시는 구조적으로도 명확할 뿐 아니라 압축된 각 행이 시적인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시에 담긴 기승전결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100년 전 발표된 현대시의 표본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다만 이번 시집 속 68편의 시는 ‘진달래꽃’과 달리 압축된 시어와 눈에 띌 정도로 짧은 문장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시인이 붙인 ‘디지털적 사행시’라는 수식어에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사람들에게 읽히는 시가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최 시인은 “일부 젊은 시인들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쓰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시가 장황하게 길어지는 현상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디지털적 상황에서 ‘독자가 없는’ 시의 위기에 대해 표현한 바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읽어봐도 한 화면 안에 들어오는 이 작은 시들에는 미래에도 시가 읽혔으면 하는 시인의 조금 더 큰마음이 엿보인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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