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과 2군 평균 경기시간 차이 무려 26분...1군서도 피치클락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증명되다
-피치클락, 평균 경기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WBC 등 국제무대서 한국야구 살 길은 대세를 따라야 한다
[OSEN=박선양 기자]이것은 실화다.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던 것이 한국야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한국야구에서 피치클락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KBO가 29일 발표한 1군리그와 2군 퓨처스 리그의 평균 경기시간에 따르면 피치클락 실시 여부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피치클락 정식 도입하기 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1군 리그는 현재 9이닝 정규경기는 평균 3시간 10분, 연장포함하면 평균 3시간 13분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피치클락 23초룰을 올 시즌 전반기 시범적용에 이어 후반기 본격 실시하고 있는 퓨처스리그는 7월 28일 현재까지 평균 경기시간이 2시간 44분을 기록하고 있다. 1군은 총491경기를 소화했고 2군은 총358게임 소화했다.
현재까지 1,2군 단순비교를 하자면 평균 경기시간이 무려 26분이나 차이가 나고 있다. 경기의 집중도나 관심도 등에서 1군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단순 경기 시간만큼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1군에서 피치클락 위반 횟수는 경기당 평균 13.08번이고 2군 퓨처스리그는 평균 3.62번으로 현저하게 격차가 있다. 올 시즌 1군은 심판의 단순 경고에 그치고 있어 아직 선수들이 크게 의식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 반면 2군은 시범적용한 전반기부터 적응 준비를 본격화하고 후반기부터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지켜본 야구관계자들은 "원래 2군 경기는 1군에 비해 경기시간이 짧은 편이다. 피치클락이 적용된 올 시즌은 1군에 비해 선수들이 크게 위반하지 않으면서 덩달아 시간도 더 단축된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나 현장에서 크게 문제 삼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음을 전한다.
피치클락의 경기시간 단축 효과는 이미 외국리그에서 증명되고 있다. 지난 해부터 사상 처음으로 본격 도입한 미국 메이저리그는 2022시즌 3시간 4분보다 25분 단축한 2시간 39분으로 줄이기도 했다. 또한 이웃 국가인 멕시코는 올 시즌 도입해 40분 가량 경기시간을 단축했다고 전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피치클락에 대해 ‘경기시간 단축을 통해 팬들에게 박진감 넘친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 또 TV중계 등에 최적화해 야구 인기를 끌어올리며 광고료 등 수입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적극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전까지 야구 경기는 3시간을 넘긴 탓에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TV 중계 등에서 타종목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일부 한국야구 관계자들은 “우리는 미국하고 다르다. 경기시간이 길어져도 팬들이 즐기면서 보고 있다.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지 않냐”며 피치클락 도입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기도에 더욱 탄력을 붙이며 재미와 수익 측면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경기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야구 재도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제 대회 준비를 위해서도 피치클락 적용은 필요하다. 202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2028년 LA 올림픽 등 국가대표가 출전할 국제대회에서는 피치클락 도입이 유력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야구가 준비도 없이 출전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준비없이 대회룰에 맞춰 선수들이 임하게 될 때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빠르게 적응하려고 움직이다 보면 투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다고.
또 라이벌 일본야구는 우리처럼 아직까지 피치클락 도입을 안하고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다. 일본선수들은 고교 시절부터 빠른 경기진행에 몸이 배어있어 우리와는 다르다고 한다.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 대회 경기시간은 대부분 2시간대로 짧다. 어떤 경우는 9이닝 정규경기가 1시간대로 끝나기도 해 한국야구 관계자들은 놀라워하기도 한다. 한국도 고교야구부터 빠른 경기진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야구는 한동안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췄다. 2006년 제1회 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야구 중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번번히 1라운드에서 발목이 잡혀 본선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야구 인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지속돼 ‘우물안 개구리’에 머무른다면 한 순간에 인기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 위상이 올라가면 인기도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 확실하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신경쓸 일이 하나 더 생겼지만 팬들을 위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고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스포츠국장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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