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백년효성 교두보로” 효성 ‘섬유의 반도체’ 1위 발판 지배력 더 키운다[헬로 인디아]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GIS 등 판매
2010년대 후반 대규모 투자 통해
스판덱스 등 현지 생산 체제도 구축
지난해 증설 투자 지배력 강화 기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효성그룹이 인도를 백년효성의 교두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현지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효성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지는 20년도 채 안 됐지만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주력제품 시장에서 50%를 넘는 점유율을 달성하며 독보적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의 글로벌 입지가 커지고 있는 만큼 효성은 현지 영향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효성은 2007년 뉴델리에 무역사무소를 열면서 인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14억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매년 7% 이상 성장하는 인도가 2030년에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가스절연개폐기(GIS) 등 주력제품 무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꾸준히 현지 판매를 확대하다가 2012년 무역법인을 설립했다. 2016년에는 효성중공업의 초고압차단기 생산 공장을, 2018년에는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생산 공장을 각각 세우며 현지 생산 체제까지 구축해 공략을 본격화했다.
인도 시장에서 효성이 성장한 데에는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의 힘이 컸다. 스판덱스는 석유 화합물인 폴리우레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소재로 기존 고무줄에 비해 약 3배의 강도를 가진다. 부가가치가 크고 글로벌 수요 성장률이 약 8%에 달할 정도로 쓰임이 많다. 효성이 독자 기술로 개발해 생산하는 스판덱스 ‘크레오라’는 현재 글로벌 시장 1위다.
인도는 글로벌 목화 생산량이 가장 많은 세계 최대 섬유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현지 기업의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데다 인도 특유의 경직적인 노동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의 인도 기업이 보급형 섬유·의류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며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었다.
효성은 인도 자국 기업이 현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도에는 히잡 등 무슬림 복장과 데님, 란제리, 스포츠웨어, 기저귀 등 스판덱스가 쓰이는 의료 수요가 많았다. 늘어나는 인도의 스판덱스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가 유리했고 아시아·유럽 시장 수출 확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인도를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점찍었다. 2018년 2월 인도 뭄바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두 차례 직접 만나 현지 투자에 대해 논의한 끝에 인도 정부의 협력도 이끌어 냈다.
조 회장은 당시 인도에서 열린 마그네틱 마하라슈트라 컨버전스 전시회에서 1억달러 투자 계획을 전하며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신설 공장을 세우게 된 만큼 앞으로도 효성과 인도 경제가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모디 총리는 “효성의 투자로 인도의 미래 경쟁력과 산업 기반이 확고히 다져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효성의 전략적 시도는 통했다. 스판덱스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현재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인도 시장 점유율은 약 60%다.
효성은 지난해 6300만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통해 스판덱스 생산능력을 연 1만9000t에서 3만4000t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기저귀용 스판덱스 증설도 진행 중이며 내년 1월 완공할 예정이다. 이번 증설을 바탕으로 효성은 인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26년까지는 점유율 7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효성은 예측하고 있다.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GIS 외에도 아라미드, 탄소섬유, 차단기·변압기, 현금자동인출기(ATM) 등 다양한 사업을 인도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설립한 초고압 차단기 공장은 효성이 해외에 처음으로 지은 차단기 공장으로 인도는 물론 남부 아시아, 중동 등의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중국과 함께 인도를 핵심 타깃 시장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인도 기업은 중국을 넘어 우리를 직접 위협하는 경쟁자로 올라섰다”며 “도약하는 인도 시장을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해야 한다. 인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효성그룹으로부터 분리해 이달 초 공식 출범한 HS효성도 타이어코드를 앞세워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56%다. 지금은 효성의 현지 법인을 통해 판매만 하고 있지만 향후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 인도를 타이어코드 차세대 생산 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게 HS효성의 구상이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22대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자동차 판매량은 매년 20% 이상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연 500만대 규모로 확대됐다. 특히 인도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타이어코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형태를 잡아주는 섬유 보강재로 타이어 경량화나 주행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현상 HS효성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글로벌 시장 확대 거점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인도에 타이어코드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관계자는 “인도의 성장성을 주목해 다양한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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