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잘 팔려야 K-배터리도 힘받는다…"보조금 유지해야"
[편집자주] K-배터리가 전 세계적 캐즘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주요국은 지원 정책을 쏟아내며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에 혈안이다. 앞서가는 중국, 추격하는 일본 사이의 K-배터리는 '넛크래커' 신세다. 배터리를 제 2의 반도체로 키워낼 수 있을까. '다시 뛰는 K배터리' 시리즈를 통해 해법을 찾아 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1대당 최대 650만원이다. 2020년 820만원, 2021년 800만원, 2022년 700만원, 2023년 680만원, 2024년 650만원 순으로 깎여왔다. 미국 7500달러(약 1000만원)는 물론 일본 85만엔(약 750만원), 프랑스 5000유로(약 750만원)에 비해 적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2.1%에 불과한 상황 속에서 구매 보조금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9% 내외 수준의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지난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해 과감한 보조금 정책을 펴며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가격'은 전기차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캐즘의 핵심 개념 역시 '상대적 고가에 해당하는 전기차를 살 사람은 다 샀다'에 가깝다. 한화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의사결정에 있어 영향을 주는 변수는 주행거리(26%), 차량가격(21%), 충전 편의성(19%), 보조금(17%), 유지비(11%) 등이다. 차량가격과 보조금을 합친 가격 요소가 38%로 가장 비중이 컸다.
보조금의 영향은 단순 전기차 판매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당연히 배터리가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등 주요 소재들의 수요도 늘어난다. 전기차 보급률의 상승이 곧 K-배터리 밸류체인의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이미 가장 성장성이 큰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거듭 난 지 오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규모는 올해 약 160조원에서 2035년 약 8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차전지는 기본적으로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K-배터리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곳이기에 한국에서의 전기차 보급률 확대와 인프라 확충이 곧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공장을, SK온은 서산공장을 일종의 '마더팩토리'로 육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 기술력과 양산 노하우를 구축해 글로벌 생산거점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R&D(연구개발), 파일럿 생산, 양산 테스트 등 핵심 프로세스의 중추적 역할을 국내 공장이 담당한다. 전기차 보급 확산과 배터리 사업 발전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도 이같은 구조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 2025년 연간 신차 판매의 50%, 2030년 80% 이상 친환경차로 전환을 추진했던 이유다. 하지만 캐즘으로 인해 전기차 침투율이 한 자릿 수에 그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전기차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카드 중 하나인 구매 보조금을 유지하거나,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법 등을 동원해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한국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가경제 기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향후 3년간 한시적 보조금 확대 혹은 자동차세 개편 시 전기자동차세 증액 유예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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