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유엔기 아래 하나 된 22개국…대한민국을 도운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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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지도 위로 각기 다른 물건이 놓여 있다.
손때가 묻어 색이 바래고, 녹이 슨 물건 옆에는 전쟁터에서 찍은 듯한 흑백 사진이 있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모인 유엔(UN)군의 흔적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유엔군 참전의 날'(7월 27일)을 맞아 선보인 특별전 '그대는 아직도 여기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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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국 군인의 전투모, 룩셈부르크 군이 사용한 신분증, 벨기에 군의 망원경, 콜롬비아 군의 군화….
커다란 지도 위로 각기 다른 물건이 놓여 있다. 손때가 묻어 색이 바래고, 녹이 슨 물건 옆에는 전쟁터에서 찍은 듯한 흑백 사진이 있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모인 유엔(UN)군의 흔적이다. 낯선 땅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며 사투를 벌인 '영웅'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유엔군 참전의 날'(7월 27일)을 맞아 선보인 특별전 '그대는 아직도 여기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이야기를 전한다.
병력을 지원한 미국·영국·튀르키예 등 16개국과 민간인 구호 활동에 앞장섰던 의료지원국, 물자지원국 등 총 22개국의 활동을 100여 점의 자료로 소개한다.
전시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암호명 '폭풍' 작전과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유엔군이 창설되던 당시를 조명한다.
북한군 철수를 요청하는 내용의 결의안, 유엔군의 서명이 담긴 태극기, 참전국의 국기와 유엔 표장, 자유의 여신상 도안을 활용해 만든 기념우표 도안 등이 공개된다.
유엔군 통역 요원이 사용하던 교재에는 '사람 살려', '어디 있습니까',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한국어 문장을 발음 그대로 영어로 표기해 눈길을 끈다.
전장에서 가족에게 쓴 편지와 선물로 보낸 스카프도 만날 수 있다. 스카프에는 한반도 지도와 아리랑 악보, '지옥에서 돌아왔다'는 문구도 남아있다.
구호의 손길을 내민 국가들의 헌신도 비중 있게 조명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3개국의 도움으로 1958년 문을 연 국립중앙의료원의 초기 모습을 담은 사진, 의료진의 인사기록 대장 등을 선보인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관람객들은 1951년 부산에 조성된 유엔기념묘지가 오늘날 재한유엔기념공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명의로 전사자 소식을 알리는 편지, 유엔묘지 설치를 기념하며 1960년 11월에 발행한 우표 등도 공개한다.
전시는 참전용사들의 기억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을 처음 본 사람들이 우리 참전용사였어요. 우리가 그리스와 한국 사이에 우정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리스 참전용사 스틸리아노스 드라코스 씨)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벨기에 참전용사 길버트 하우펠스 씨)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유엔의 이름으로 이 땅에 상륙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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