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과즙 팡팡 복숭아…달콤한 향 가득, 취향따라 골라먹는 재미도

관리자 2024. 7.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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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하지만 내 취향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복숭아의 역사에서는 백도가 먼저이고 황도가 나중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서 복숭아 취향이 바뀌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의 복숭아 취향은 향기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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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복숭아
원산지 중국…7500년전 재배
백도·황도·천도·납작복숭아 등
소비자 기호에 맞춰 품종 다양
식이섬유 풍부해 장 건강 도움
푸딩·조림 등 디저트로도 인기
경기 수원역 근처의 카페 ‘혜야(惠夜)’에서 맛볼 수 있는 복숭아푸딩.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물렁한 복숭아(물복)와 딱딱한 복숭아(딱복)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편에서 ‘물렁하고 과즙이 턱과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수밀도야말로 여름의 정수를 담은 과일’이라고 외치면 반대편에서 ‘단단한 과육에 아삭아삭한 차돌복숭아를 제대로 안 씹어봐서 하는 소리’라며 반박한다. 백도와 황도를 두고 싸우는 옆자리에서 “난 천도복숭아가 좋아”를 외치는 사람도 꼭 하나씩 있다. 여기에 납작복숭아와 ‘신비’ 복숭아까지 가세한다.

복숭아에 관한 정보 몇가지만 짚어보자. 중국이 원산지이며 약 7500년 전 재배하기 시작한, 역사가 매우 오래된 과일이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복숭아를 작물화하여 지금처럼 먹음직스러운 크기의 붉은빛을 띠는 과일로 만드는 데는 약 3000년이 걸렸다. 최초의 야생 복숭아가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 취향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복숭아의 역사에서는 백도가 먼저이고 황도가 나중이다. 2013년 복숭아 유전체(게놈)를 해독한 결과 백도에서 유전자 변이가 생겨 황도가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유전자 변이로 고장나면서 베타카로틴처럼 주황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가 더 많이 축적돼 색이 진한 황도가 됐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노란색 복숭아 품종이 상업적으로 개발된 것도 주로 19세기 이후다. 그때까지는 희고, 물렁물렁하고, 과육이 씨에서 잘 떨어지는 복숭아가 주축이었다가 이제는 노랗고 과육이 단단하며 씨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복숭아와 경쟁 구도를 이루게 됐다. 단단한 과육이 운송과 통조림 가공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납작복숭아는 최근에야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역사적으로는 오래되었다. 11세기 중국 문헌에 이미 납작한 모양의 복숭아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신비’ 복숭아는 천도복숭아의 일종이다. 천도복숭아는 솜털이 없고 껍질이 매끄러울 뿐 역시 복숭아의 일종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서 복숭아 취향이 바뀌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마다 좋아하는 복숭아가 다를까? 2017년 원예식물학회지에 실린 중국 연구에 따르면 천도·백도·납작복숭아의 소비자 선호는 향에서 갈린다. 꿀복숭아·천도·납작복숭아의 당, 유기산, 향기 휘발성 물질을 분석하고 관련해 소비자 평가를 살펴본 결과 3가지 유형의 복숭아 사이의 당과 유기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테르펜·락톤 같은 향기 물질이었다. 락톤은 복숭아 특유의 과일 향기를 내는 물질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락톤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고유한 향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체로 휘발성 향기 물질은 둥근 복숭아보다 납작한 복숭아에 더 많고 꽃향기를 내는 물질은 황도보다 백도에 더 많다. 우리의 복숭아 취향은 향기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복숭아는 맛과 향이 뛰어난 과일이며 장 건강에도 좋다. 과당과 당알코올인 소르비톨, 식이섬유인 펙틴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지만 아주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하루 복숭아 한두개는 좋은 선택이다. 복숭아를 너무 차갑게 보관하면 펙틴이 분해돼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실온에서 후숙한 뒤에 짧게 냉장 보관해 살짝 차가운 정도로 먹으면 향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수원역 부근의 조용한 카페 ‘혜야’에서 복숭아푸딩을 맛보면 복숭아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과일인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우유푸딩과 복숭아조림·복숭아퓌레를 함께 또 따로 먹는 재미가 있다. 무더위가 절정일 때 입 속 가득 복숭아 향기를 채우며 지친 몸과 마음에 여유를 되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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