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국도 등 돌렸다…베네수엘라, 부정선거 논란 '확산'
주변국도 대선 개표 관련 긴급 이사회 소집 요청
남미 베네수엘라 대선을 둘러싼 부정·불공정 선거 정황이 지속해서 쏟아지는 가운데, 주민들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주변국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을 유보하거나 국제사회에 긴급회의를 요청했습니다. 반대로 베네수엘라 당국에서는 외부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야권에 대한 수사를 시사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 논란만 커지고 있습니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 영국 BBC방송 스페인판(BBC문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전날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에 몰린 유권자들을 고의로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BBC문도는 "일부 사람들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국제 참관단의 투표소 방문이 임박하자, (당국이) 갑자기 150명가량의 투표소 입장을 허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투표소 입장 인원을 극소수로 제한하거나 유권자 신분 확인 시간을 지연시켜 투표에 지장을 줬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투표소에는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습니다.
야권에서는 개표 기기에서 집계 결과지를 출력하지 않은 채 수기 또는 구두로 득표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보고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서 선관위는 마두로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도보수 성향 민주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 측은 이날 오전 SNS에 "아침까지 개표 결과의 40%에 해당하는 데이터만 확보할 수 있었다"며 선관위의 '깜깜이 개표'와 선거 부정 의혹을 재차 제기했습니다.
차량을 동원한 여당의 유권자 실어 나르기, 무료 먹거리 제공, 투표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하의 대리 기표 등 의혹도 이어졌다고 서방 언론들은 지적했습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마두로 당선 발표 직후 이러한 의혹에 성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마두로 당선' 결과 발표에 항의하며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는 중남미 특유의 '카세롤라소'(cacerolazo)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내 소중한 한 표를 훔쳐 갔다"라거나 "이 정부는 무너질 것"이라며 마두로 정부와 선거 당국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이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에 나섰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비롯한 우파 성향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평소 마두로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행정부는 마두로에 대한 축하 인사 없이 "우리는 개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통해 국민 주권의 기본 원칙이 준수돼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좌파 성향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역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평화적인 선거일이 된 것은 환영하지만, 선거에 대한 논평은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선거 승리에 의문을 제기한 중남미 7개국 외교관을 자국으로 철수시키며 맞대응했습니다.
한편, 베네수엘라 검찰은 일부 개표 시스템 장애 사실을 공개하며 "북마케도니아에서의 해킹 시도를 포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이날 국영 TV 방송에서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기밀 정보에 따르면 이 사건은 (과거 마두로 정적) 레스테르 톨레도와 관련돼 있다"며 "야권 후보(곤살레스) 측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민주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를 비롯한 주요 인사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이날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일부 야당 무리가 (반발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합법적 프로세스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라며 경고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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