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못 볼 ‘빅4’ 세대의 마지막 빅매치···작별의 아쉬움으로 가득 찬 롤랑가로스[올림픽x스토리]
세계 남자프로테니스 ‘빅4’가 있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앤디 머레이(영국), 그리고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거의 10년 동안 메이저대회 우승을 서로 주고받았던 1980년대생의 테니스 4대천왕 중 페더러는 은퇴했고 셋은 남아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했다.
마지막 올림픽을 예고하고 파리에 온 셋 중 단식에는 나달과 조코비치가 출전했다. 나란히 1회전을 통과한 둘은 2회전에서 마주했다.
언제나 결승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맞대결이 파리올림픽에서 일찍 성사된 것은 세월의 무게 때문이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경기할지언정 조코비치는 여전히 세계 2위로서 그 명성을 지키고 있지만 나달은 세계랭킹이 161위까지 떨어졌다. 오랜 시간 오락가락한 부상에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부진하면서 랭킹이 떨어져 시드를 받지 못했다. 톱시드의 조코비치와 2회전에서부터 격돌해야 하는 운명이 됐다.
최근 기량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파리올림픽 테니스의 무대는 롤랑가로스다. 메이저대회 중 유일한 클레이코트 대회,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그 경기장이다. 나달의 별명은 ‘클레이코트의 황제’. 프랑스오픈에서만 역대 최다인 14차례 우승했다.
세기의 대결, 조코비치가 승리했다. 29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2회전에서 조코비치가 나달을 2-0(6-1 6-4)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조코비치가 나달을 압도했다. 1세트를 39분 만에 6-1로 끝낸 뒤 2세트 역시 초반 4-0으로 달아나며 손쉽게 16강 진출 티켓을 가져왔다.
프랑스 팬들은 ‘프랑스오픈의 신’ 나달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나달은 힘을 받은 듯 2세트 0-4에서 내리 4게임을 따내 4-4 동점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 세 번의 위기는 잘 넘기고도 네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네트 앞에 떨어진 조코비치의 드롭샷을 쫓아가지 못해 결국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그동안 상대전적은 조코비치가 30승29패로 1승 앞서 있었다. 나달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했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올림픽의 이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조코비치와 나달의 역사는 조코비치의 31승(29패)째로 기록됐다.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식 동메달을 땄다. 그때 금메달리스트가 나달이었다. 이제 나달도, 페더러도, 머레이도 없는 올림픽에서 조코비치는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단식에서는 쓸쓸하게 돌아섰지만 나달의 올림픽도 끝나진 않았다. 나달은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호흡을 맞춰 남자복식에도 출전하고 있다. 16강에 진출해 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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