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이 멱살 잡고 가는 ‘파일럿’ 원맨쇼는 웃기긴 합니다만… [솔직리뷰]

금빛나 MK스포츠 기자(shine917@mkculture.com) 2024. 7.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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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을 위한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의 ‘파일럿’

‘웃음’과 ‘메시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애매한 맛으로 남았다. ‘조정석을 위한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의 영화’가 된 ‘파일럿’은 조정석의 원맨쇼, 그 이상도 이하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조정석의 여장’을 앞세운 영화 ‘파일럿’의 가장 볼거리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여장까지 불사한 조정석의 열연이다. 본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제대로 각을 잡은 조정석의 변신은 주인공의 여장에 속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어느 정도 납득하게 만든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웨덴 영화 ‘콕픽’을 원작으로 하는 ‘파일럿’은 잘나가던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분)가 나락으로 떨어지며 실직하자, 여동생 한정미(한선화 분)로 위장해 항공사에 취업한 뒤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조종사 일에서 해고되고 아내에게 외면당한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취업을 위해 여성 조종사를 찾는 회사로부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여성으로 변장한다는 원작 영화의 플롯을 착실하게 따라간다. 비상 착륙에 성공한 후 국가적 영웅이 되는 과정까지. 다른 것이 있다면 ‘파일럿’은 여기에 젠더 갈등과 가족애, 로맨스와 연대를 오가는 묘한 우정과 ‘한정우’라는 개인의 성장까지 조금씩 더 가미됐다는 점이다.

극적인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 하나하나 선발하여 한 작품 안에 부어 넣은 ‘파일럿’. 도리어 이 같은 ‘넘침’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산만함을 유발하며 극의 재미를 반감케 한다. 여장까지 감행하면서까지 취업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한정우의 고충에 몰입할라치면, 갑자기 포커스가 가장으로서 소홀했던 지난 날의 반성으로 옮겨가고, 이제 집중하려고 할 때쯤이면 갑자기 자식들을 모두 키우고 환갑의 나이에 자기 삶을 즐기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생뚱맞게 펼쳐진다.

부족한 개연성 또한 ‘파일럿’의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한정미’의 이력서로 부기장에 합격했다는 설정은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예쁘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한정미의 정체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특히 한정우의 가까운 후배이자 기장인 서현석이 ‘한정미’를 보고고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그에 반한다는 설정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물론 이마 저도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간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영화적 허용’에 기대는 부분들이 많다는 지점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에 더해진 ‘젠더 이슈’와 ‘성 인지 감수성 표현’은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한정우의 ‘꽃다발’이라는 표현부터, 서현석의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발언, 그리고 내부고발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윤슬기(이주명 분)의 모습까지. 한정우가 남자가 아닌 여자로 살면서 실제로 겪는 여성들의 고충을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는 느껴지나, 그 과정이 피상적이고, 겉핥기식이다 보니 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쉽사리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코미디 장르에서 물 만난 조정석의 코믹 연기는 ‘파일럿’의 멱살을 끌고 간다. 웃음의 팔 할, 아니 구 할 이상은 조정석으로부터 비롯된다. 치마를 입고 ‘쩍벌’을 한다든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굵은 목소리,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수염이나 신체적인 변화 등 고정적인 유머도 능청스럽게 소화한 조정석의 활약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현실남매 케미를 천연덕스럽게 살린 한선화라든지, 이주명, 신승호 등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연기 앙상블 또한 나쁘지 않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작품을 원하거나, 조정석의 코믹 연기를 감상하고 싶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나, 그 이상의 것을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는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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