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도 상장 후 반년만에 지분 팔더니…시공테크 오너 일가, 이번에도 ‘6개월 보호예수’
회장 일가, 4년 간 290억원어치 매각
오버행 우려에 몸값 고평가 논란도
교육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회사 오너 일가가 상장 후 반년 만에 지분을 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 대주주들은 자기 지분에 2~3년의 보호예수를 걸고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이례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시장에서 이 회사 대주주의 지분 출회를 우려하는 이유는 그룹의 지주사 격인 시공테크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5년 전 계열사인 아이스크림에듀가 상장했을 때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지분을 매도하기 시작해 4년간 290억원을 현금화했고, 대신 시공테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한 바 있다. 계열사 주식은 높은 가격에 상장해 반 년 만에 팔고 그 돈 일부를 활용해 지주사 지분을 늘린 것이다. 이번에 상장하는 아이스크림미디어 역시 몸값 고평가 논란이 있고 상장 후 6개월 뒤부터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가능한 만큼, 아이스크림에듀의 상장 때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오너 일가 지분 35.88%, 반년 뒤면 팔 수 있어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보유 주식 468만6601주(공모 후 지분율 35.88%)에 6개월의 보호예수를 적용했다. 모회사 시공테크가 보유한 주식 348만643주(26.64%)에는 1년 6개월의 보호예수가 걸렸다.
한국거래소는 신규 상장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상장일부터 6개월 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한꺼번에 출회해 주가를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박 회장 일가가 거래소의 규정을 어긴 건 아니다.
그러나 대주주들의 실제 보호예수 기간은 6개월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3년 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자발적 보호예수를 거는 게 일반적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장기 보유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일반 주주들도 믿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 일가가 보호예수 기간을 반 년으로 정한 까닭은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상장 후 6개월 뒤 지분을 팔아 현금화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앞서 2019년 아이스크림에듀가 상장했을 때도 박 회장과 아들 박대민 부사장 등 오너 일가 지분에 6개월의 보호예수가 걸려 있었는데, 매각 제한이 풀리자 마자 물량 출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에듀가 상장한 2019년 7월 박 회장과 박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15.46%, 9.82%에 달했다. 이들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는 이듬해인 2020년 1월 해제됐고, 불과 두 달 뒤인 3월부터 매각이 시작됐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7명은 그로부터 4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주식을 장내 매도해 약 290억원을 손에 쥐었다. 박 회장과 박 부사장의 지분율은 올해 1분기 말 4.52%, 4.82%로 떨어진 상태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정리하는 동안 회사 주가도 하락했다. 29일 아이스크림에듀 종가는 3010원으로, 상장 당시 공모가(1만5900원)의 5분의1에도 못 미친다.
박 회장 일가는 아이스크림에듀 지분을 정리하고 손에 넣은 현금 일부를 지주사 시공테크 지분 매집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부사장은 2020년 8월부터 8차례에 걸쳐 시공테크 지분을 사 모았다. 약 29억원어치를 사서 지분율을 0%에서 2.86%로 끌어올렸다. 아버지 박 회장도 8억원을 들여 14차례에 걸쳐 지분율을 39.32%에서 40.05%로 올렸다.
◇ ‘아기상어 수혜주’ 삼성출판사를 비교기업으로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대주주 리스크 외에도 몸값 고평가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높은 기업가치에 상장한 뒤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비싼 값에 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2000~4만200원이다. 상단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 5251억원에 달한다. 작년 순이익(302억원)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가 넘는 셈이다. 국내 교육 대장주 메가스터디교육의 멀티플(6.2배)을 훌쩍 뛰어넘는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몸값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밸류에이션이 높은 비교기업을 골랐기 때문이다. 유아용 애니메이션 ‘아기상어’ 제작사 핑크퐁컴퍼니의 2대 주주인 삼성출판사와 과제 도우미 서비스를 운영하는 미국 에듀테크 기업 체그를 택했다. 이 회사들의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을 기준으로 평균 PER 21.5배를 구해 자사에 적용했다.
2002년 설립된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S’를 운영하는 업체다. 전국 93%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활용하고 있다. 다음달 9~1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21~22일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같은 달 말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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