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골프장에서의 안전불감증

문현철 법무법인 공감 대표변호사.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있기도 한 골프는 이제 대중매체에서 골프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할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위 부자들의 스포츠라고 불리던 골프가 이제는 대중화됐다는 평이다.

한국 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인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산업 비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골프 인구는 56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19년 470만 명에서 불과 2년 만에 94만 명이 증가했다. 다만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골프장 안전사고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2017년 675건에서 2021년 1468건으로 5년 사이 약 2.2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골프장 안전사고가 증가한 이유로 △골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객 유치를 위해 티오프 시간 간격을 촉박하게 정했다는 점 △골프장의 안전 수칙을 고객들이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 △골프장 안전시설이 미비한 점 등을 들고 있다.

체육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시행령에서는 골프장 시설에 관한 안전시설 관리 기준을 들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골프장 안전사고 증가와 관련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이 티업 시간 간격이 너무 짧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규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골프장에서 안전사고가 1년에 1500건가량 발생하고 있다면, 정부에서도 골프장 안전사고에 관해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골프장 안전사고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골프 경기 도중 타구와 관련된 사고다. 지난 4월에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서 선고된 사건의 경우 카트에 있던 피해자가 동반자가 친공에 맞아 실명했는데, 캐디가 골프장 카트 운행에 관한 안전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의 혐의로 1심에서 금고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이 감경됐다. 반면 2022년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 있었던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동반자가 친 공에 맞아 상해를 입었으나 캐디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유사사례에서 법원이 결론을 달리한 이유는 캐디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따른 것이다,

캐디의 업무상 주의의무란 경기자 1명이 공을 치는 경우 다른 경기자가 그 전방이나 좌우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하며, 다른 경기자가 전방이나 좌우로 나와 있는 경우 공을 치는 것을 제지하는 등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의무를 말한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로 캐디는 골프 경기에서 경기자의 골프클럽을 운반하면서 경기에 관한 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고 있는데, 캐디에게 과도한 업무상 안전 주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22년 7월경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선고된 사건을 보면, 골프 경기자가 골프 규칙을 위반하고 다른 골프 경기자 및 캐디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캐디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공을 쳐 캐디의 얼굴에 공을 맞춰 중과실치상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는 사실상 캐디가 골프 경기자가 안전 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골프장 사고는 단순히 골프장 캐디가 안전배려의무를 지킨다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캐디는 물론 골프 경기자 역시도 타인과 자신에 대한 안전 주의 의무가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준수해, 건전하고 안전한 골프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문현철 법무법인 공감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