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노인' 대변하는 대한노인회, 회장 선거 앞두고 '잡음'
-김 회장 측, 상벌위 통해 현 비우호 세력 견제 의혹…대상자는 이의신청할 상급 기관 모호
-보건복지부 "상황은 파악...선거 개입 않으면서 공정한 관리감독 방안 내부 논의 중"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측이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김 회장의 임기 동안 의구심과 불만이 쌓였던 '대한노인회법안철회촉구 시민연대'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퇴진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한다'는 언론 광고도 했다.
김호일 회장의 각종 의혹을 담은 '대한노인회 탐사보고서'도 작성됐다. 연합회장들이 파행적인 대한노인회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 김 회장의 해명 서신도 이어졌다.
최근 들어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7월10일 대한노인회 중앙회 청사 앞에서 전국 연합회장·지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노인회 정상화 및 김호일 회장 퇴진 촉구대회'가 열렸다.
상벌위는 징계 사유로 '수행경비 집행절차 미준수'를 들었다. 연합회장들은 연합회비 등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지출했으며 지원금에 대해서는 그 성격을 따졌을 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기준이라면 김 회장 측도 징계에 포함돼야 한다고 연합회장들은 주장하고 있다.
징계가 부당하다면 소명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대한노인회는 해결이 쉽지 않은 구조다.
협회 소식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절차에 의해 상벌위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상벌위가 중앙회에 구성되면서 사실상 이의신청할 상급 기관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공정성을 가져야 하는 상벌위가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회와 같은 구성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문제가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6개월 징계를 받은 연합회장들이 법원에 '징계처분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연합회장들은 상벌위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본 데다 자격정지 6개월이 확정될 경우 협회 정관과 운영규정에 따라 선거권과 피선거권 모두를 잃는다.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임원에서 물러나야 하고 징계 중인 회원은 선거권도 없고 대의원으로서의 권리도 박탈당하게 된다. 징계를 받은 연합회장들은 출마할 수도 없다.
연합회장들은 단호하다. 법정 투쟁을 통해서라도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대한노인회 회원, 연합회장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원상회복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국 연합회장·지회장들은 대한노인회 부회장 인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었다. 김 회장은 중앙상벌심의위원장으로 홍광식 부회장을 임명했는데 그는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연합회 감사반을 이끈 경험이 있다.
연합회장·지회장들은 "사법부로 치면 검사와 판사를 한 사람이 독식한 상황인데 그에게 선거관리까지 맡긴 꼴"이라며 "상벌위 구성 자체가 공정성과 형평성이 없고 징계 과정과 사유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 연합회장은 "대한노인회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노인단체인 만큼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불법, 부정, 윤리 위반 행위를 일삼는 김 회장의 독단적 운영과 내부 분열로 인해 부끄러운 실정"이라며 "정상화를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보건복지부가 중재자·관리자 역할을 충분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회장 선거가 임박해 있으니 보건복지부는 무너져가는 대한노인회를 바로잡아 달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선거에 개입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하지만 사태가 더욱 과열되고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선거관리 등의 부분들이 조금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될 수 있도록 저희도 검토하고 있다"며 "저희가 개입하는 부분이 이제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어 내부 검토중이고 방관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 만나 얘기 들어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 중 만난 노인회 관계자는 "대한노인회도 국민의 세금을 받고 운영되는 집단인 만큼 개인의 이익에 따라 운영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운영돼야 할 것"이라며 "대한노인회가 하루 속히 정상화돼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실추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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