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요키시 데려올 껄 그랬나… 시라카와의 명과 암, 멘탈만 달라진 건 아니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은 지난 6월 말 팀의 좌완 에이스인 브랜든 와델이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 판정을 받자 고민에 빠졌다. 브랜든을 그대로 퇴출하기는 아까웠다. 이미 라울 알칸타라의 구위가 뚝 떨어져 교체를 생각해야 했고,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세 명을 다 교체할 수는 없었다.
부상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라는 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두산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었다. 그러자 누구를 영입할지가 고민이었다. SSG에서 이미 이 제도 하에서 뛴 우완 시라카와 케이쇼(23)가 정식 계약에 이르지 않고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한 좌완 에릭 요키시도 가능한 선택지였다. 두산은 두 선수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최근까지 KBO리그에서 뛰어 바로 투입할 수 있었고, 나름 좋은 구위를 보여준 시라카와의 손을 들었다.
그렇게 400만 엔에 계약하고 바로 실전에 투입했다. 외국인 에이스급 대박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SSG에서 하던 만큼은 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6주를 버티면 브랜든이 돌아온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시카라와는 두산 이적 후 3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 7.15에 그쳤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2.12에 이른다. 많은 볼넷 탓이다.
SSG 시절 볼넷을 남발하는 선수였다면 아마 두산이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산 이적 후 9이닝당 볼넷 개수가 무려 11.12개까지 폭등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시라카와가 멘탈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짚는다. 조금 더 편안하게 던진다면 자신의 구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브랜든이 이제 막 캐치볼을 시작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시라카와가 무조건 버텨줘야 한다.
다만 멘탈적인 측면 외에도 기술적으로 몇몇 부분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아주 결정적인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때로는 큰 변동성을 만드는 게 야구다. SSG 시절에 비해 구속은 비슷하지만 몇몇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시라카와를 활용하는 양팀 배터리의 전략 또한 사뭇 다르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SSG 시절 시라카와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6.3㎞였다. 두산 이적 후에는 146.2㎞로 별 차이가 없다. 적어도 구속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님을 유추할 수 있다. 분당 회전 수도 2100~2200 정도로 역시 차이가 없다. 회전축도 거의 동일하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이승엽 감독의 진단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릴리스포인트는 조금 떨어졌다. 시라카와는 상대적으로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유지하려면 체력이 필수다. 힘이 떨어지면 팔도 떨어진다. 하지만 두산 이적 후 구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3~5㎝ 정도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 무대에서 5일 로테이션, 풀타임 모두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다. 체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아직은 이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라카와 특유의 포심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 또한 소폭 떨어졌고, 무엇보다 익스텐션이 유의미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원래도 긴 편은 아니었는데 더 짧아졌다. 두산이 의도적으로 시라카와의 폼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고개가 많이 갸웃거려지는 수치다. 그 결과인지는 더 살펴야겠지만 포크볼과 체인지업의 낙폭도 감소했다.
두산 배터리는 SSG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구를 더 많이 유도하고 있다. SSG 시절 포심 구사 비율은 51.8%였다. SSG는 시라카와의 하이패스트볼에 위력이 있다고 봤다. 반면 두산 이적 후에는 44.2%까지 떨어지고, 그 줄어든 비중을 변화구가 채웠다. 표본이 작아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확실히 리드의 패턴에서 변화구 유도가 늘었다. 아직 변화구 완성도가 100%는 아닌 시라카와의 볼넷 급증은 이런 리드와도 곰곰하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긍정적인 대목도 있다. 타구의 질은 여전히 잘 관리하고 있다. SSG 시절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134.5㎞였다. 평균 발사각은 7.5도다. 두산 이적 후 평균 타구 속도는 131.8㎞로 줄었고, 평균 발사각은 2.4도다. 실제 시라카와는 이적 후 7개의 뜬공을 허용하는 사이 18개의 땅볼을 유도해 매우 뛰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제구와 커맨드만 안정된다면 충분히 좋은 피칭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 제구를 어떻게 잡느냐는 것. 두산 투수 파트에 과제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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