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데 헬멧 쓰다 눈에 실핏줄 터져”…이동노동자 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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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좀 봐. 더운데 헬멧 쓰고 일하니 열이 확 올라와 실핏줄이 터졌어. 이달에만 두번째야."
29일 오전 서울 중구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쉼터에서 만난 신씨는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고 했다.
전날 강남구 역삼동의 이동노동자 쉼터인 '얼라이브 스테이션'에서 만난 배달노동자 주영민(28)씨도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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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좀 봐. 더운데 헬멧 쓰고 일하니 열이 확 올라와 실핏줄이 터졌어. 이달에만 두번째야.”
배달노동자 신종주(71)씨가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쉼터에서 만난 신씨는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고 했다. 신씨는 “옷차림은 지저분하지, 땀 흘려서 냄새나지, 건물 들어가면 엘리베이터도 화물용을 타야 해.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 그러니 나무 그늘이라도 눈에 띄면 그냥 가서 쉬곤 했어”라고 말했다.
신씨에게 배달기사, 대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이 쉼터는 그나마 남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기정(54)씨도 “덥고 추울 땐 어디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며 “이런 쉼터가 있으면 같은 일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한숨 돌리고 또 일하러 나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쉼터에는 배달라이더, 대리기사 등 하루 평균 70명이 넘는 이동노동자가 방문한다. 이성근 북창쉼터 운영간사는 “쉼터가 건물들 사이 안쪽에 위치해 찾기 쉽진 않지만, 알음알음 얘기를 전해 들은 이동노동자들이 짬을 내 찾아온다”고 했다.
전날 강남구 역삼동의 이동노동자 쉼터인 ‘얼라이브 스테이션’에서 만난 배달노동자 주영민(28)씨도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배달노동 4년차인 주씨는 “올여름 너무 더워서 헬멧을 여름용으로 바꿨다. 그런데도 일을 하다 보면 머리에서 열이 나 금세 멍해진다”고 했다. 한동안 길가 그늘이나 빌라 주차장에서 잠깐씩 휴식을 취했다는 그는 지난해 이곳 쉼터를 알게 됐다. 주씨는 “하루에 10~15분 정도 앉아서 쉬고 정수기에서 냉수를 떠 갈 수도 있어 좋다”면서도 “의자가 5개뿐이라 자리를 잡지 못할 때도 있다. 쉬어 갈 푹신한 의자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쉼터 게시판엔 그동안 이곳을 이용했던 배달노동자들의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대부분 ‘잘 쉬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이동노동자를 위해 곳곳에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의 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초·북창·합정·상암·녹번 등 서울시가 마련한 거점형 쉼터 5곳과 강남·서대문구 등이 운영하는 구립 이동노동자 쉼터 6곳 등 모두 11곳이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혹한기에만 운영했던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인 캠핑카 4대를 혹서기에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쉼터는 2곳, 주말(토·일요일)에 운영하는 곳은 3곳뿐이다.
김정훈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배민분과장은 “서울 25개 자치구의 절반 정도는 이동노동자 쉼터가 없다. 일하다 보면 쉼터를 찾아가기 힘들다. 보통 20~30분 쉬는데 다른 구에 있는 쉼터를 찾아 20분 이상 이동하긴 쉽진 않다”고 했다.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전국에 플랫폼 노동자가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현재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는 수도권 32곳, 비수도권 33곳에 불과하다”며 “특수고용직인 이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도 또는 권역 단위의 거점형 쉼터 설치와 운영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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