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언했던 특검법 차일피일…야권 “우리가 발의하겠다”
민주당, 내달 ‘법안 재발의·처리’ 강력 의지, 압박 수위 높여
이준석 “한, 2주째 무응답…대통령과 각 세울 생각 없는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 출사표를 내며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언했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는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한 대표와 친한동훈(친한)계에서는 의견 수렴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는 29일 MBN 인터뷰에서 “제3자 특검법,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특검을 말하는 것인데 이 정도로 해야 국민께서 오해를 푸실 것이고 당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려고 한다. 발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겠다”고 했다. 특검법 발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의 말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대표 선출 직후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부결을 거치며 ‘제1현안’으로 떠올랐지만 ‘한동훈안’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대표 주변 인사들의 발언에선 ‘후퇴’ 기류만 확인된다. 정광재 전 한동훈 캠프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전향적으로 판을 바꿔서 국민께 소상히 설명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 않겠나”라면서도 “대통령실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도 취임 이후인 지난 25일 자체 특검법에 대해 “우리는 민주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처럼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듯한 취지로 말했다. 한 대표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같은 날 “오늘 (본회의에서) 만약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입장들은 한 대표의 기존 발언과 뉘앙스 차이가 크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누차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 추진을 공언했다.
한 대표가 특검법 이슈에서 거리를 두는 것은 대통령실과의 관계 악화, 당내 반발 등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친윤석열(친윤)계는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 추진 입장을 밝힌 뒤부터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며 공세를 펼쳐왔다. 당론 추인을 받기 위해서는 원내지도부와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숙제다.
한 대표가 꾸물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야당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정농단 의혹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고 새로운 사실들이 나오고 있어 보다 강력한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 본인이 직접 해병대 특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처럼 하지 않았나”라며 “한 대표가 지금까지 했던 말들을 조합해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내면 한 대표와 그를 따르는 17인 정도로 알려진 사람들이 통과에 협조하겠느냐’고 2주째 물어보는데 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 대표에 대해 “당연히 ‘윤 대통령과 나는 다르다’는 차별화를 할 줄 알았다”며 “지금 보면 한 대표는 대통령과 진지하게 각을 세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문광호·박하얀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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