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불안만 키우는 ‘하나센터 직영화’ [심층기획-탈북민 지원 '하나센터' 직영화 추진 논란]
현장선 서비스 질 저하 우려
탈북민 하나원서 3개월 사회화 교육
이후 하나센터가 새 거주지 적응 도와
통일부, 전국 25개 지역적응센터 운영
강원북부·경남·제주 3곳만 직접 관리
정부, 지난 3월 “직영 전환 검토” 언급
연두 업무보고 후 수개월째 진척 없어
입법 절차 없이 예년처럼 지정 평가도
모호한 방침·소통 부족에 혼란만 가중
직영화 땐 하나재단 이사장 권한 막강
25개 센터 과장급 임명권·예산 등 관장
일각선 정부 보류에도 추진 대립 분석
통일부 “직영화 추진 관련 지속 협의중”
하나센터는 탈북민이 관할 지역에 전입하면 지역적응교육을 하고 주민등록신청부터 첫 주택 계약, 마트 동행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도움을 준다. 거주 기간 지역 사회 구성원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도 한다.
지역사회 정착을 핵심으로 놓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 때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에 이미 뿌리내린 민간 자원을 활용한다는 기조였다.
2009년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첫해 서울 북부, 경기서부, 대구 등 6개 시범센터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 25개가 운영 중이다.
◆정부 ‘직영화’ 밝히자 현장 반발·혼란
현장이 발칵 뒤집힌 건 지난 3월. 통일부가 정례브리핑에서 하나센터가 하나재단으로 직영 전환될 것이라는 항간의 말이 사실인지 질문에 “하나센터의 효율적 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또 “통일부가 전국 하나센터를 하나재단 소속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북한이탈주민 지원법 개정안을 이르면 4월 입법예고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단체에 배분되던 국고보조금도 하나재단 출연금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직영화가 처음 공식화된 것이었다. 15년 정착된 전국단위 시스템을 바꾸는 일인데 연도별 추진계획, 목표시점, 투입예산 등이 정리된 보도자료 한 번 나온 적 없이 추진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통일부가 이달 초 하나센터 지정기간을 기존의 3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는 고시를 행정예고한 것을 두고 직영화 수순으로 의심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그는 “2년 계약 후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어떻게 현장 설득이나 의견수렴도 없이 제도가 바뀌는지 모르겠다. 다들 지역운동가처럼 일해온 사람들인데 일부 단체의 국고보조금 유용 사례를 모두의 일인 것처럼 몰기까지 한다. 탈북민 사회통합 활동에 몸담은 이래 가장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질 하락 우려도
센터들은 직영화될 경우 서비스가 개선되기는커녕 하향평준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센터 실무자는 “전입해 오는 탈북민은 가족도 이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한다. 정착 초기에는 워낙 밤낮없이 일이 생긴다. 갑자기 사고가 나서 입원을 한다면 집에 애들 봐달라고 부탁할 데도 없다. 초기 탈북민에 필요한 도움이란 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아주 기초적인데 주민센터에 공문을 써가며 할 수 없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선정되는 민간단체들은 지역 인프라에 굉장히 깊게 관여돼 있는 곳들이고 2009년 이래 지역 탈북민들과도 상당한 신뢰를 쌓은 인적 자원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 복지관을 보건복지부가 직영하고, 다문화센터를 여성가족부가 직영한다는 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현장 혼란은 정부의 방침 자체가 모호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지역 간 편차가 크기 때문에 균등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직영화를 해야 하고,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1월 업무보고 때 ‘하나재단 중심으로 행정서비스 공급체계 일원화’를 명시했다는 게 현 시점의 통일부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하나재단 중심 일원화’ 외에 ‘지자체에 업무위임 실질화 등을 통해 지역 서비스 체감도 제고’도 명시돼 있다. 하나재단으로 일원화한다는 내용과 상충하는 대목이다. 오히려 현재 풀뿌리 지역단체와 지자체의 민·관 협력을 독려한다는 방향에 가까운 설명이 혼재된 셈이다. 또 연두 업무보고 두 달 후 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풀이한 ‘관계부처합동 2023년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시행계획’을 봐도 ‘직영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시행계획 64쪽에는 ‘하나재단 중심 일원화’의 의미에 대해 직영화가 아닌 ‘일자리·교육·의료 등 지원을 일원화’한다는 것이라고 구체화돼 있다. 하나센터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존에 다른 사회복지사보다 낮은 처우로 일해온 하나센터 소속 복지사들의 처우를 개선,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관가에선 통일부도 문제점을 알고 추진을 보류했으나 산하기관인 하나재단이 강력 주장하면서 의견 대립을 빚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직영화할 경우 하나재단 이사장의 권한은 막강해진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직영화하면 하나재단이 전국 25개 통일부 과장급 자리 임명권과 분배되던 예산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직영화가 추진 중인지 확인 요청에 “협의를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하나재단의 갈등설과 지역 센터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자 “현장에선 아무래도 지자체라든지 지금 하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측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하나재단 측은 통일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직영화를 주장 중인 것이 사실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질의에 “하나센터 직영화(정착지원체계 개편)는 통일부와 재단이 충분한 협의 및 논의과정을 거쳐 결정,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정부정책 결정사항으로 통일부에 문의하심이 타당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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