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묘지 뷰' 거제 더샵디클리브아파트 '사기분양' 소송
이장했지만 현재 용도 아직 ‘묘지’
최근 묘지 이장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경남 거제시 상동동 소재 ‘더샵 거제디클리브’ 아파트 ‘묘지 뷰’ 논란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입주민들이 이장 이전에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포스코이앤씨가 ‘사기분양’을 했다고 주장한다. ‘묘지’를 ‘공원’으로 표시했다는 점에서 고의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 분양 전 포스코이앤씨가 묘의 존재를 이미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묘지 알고도 공원이라고 속였다”
29일 IT조선 취재에 따르면 더샵거제디클리브 아파트 입주민 498명은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시행사 한주디앤씨를 상대로 5월 23일 분양계약해제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입주민들이 소송 제기 이유는 거짓 광고 때문이다. 시공사와 시행사(한주디앤씨)는 분양 당시 아파트 주변 지역이 묘지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이라고 속였다. 아파트 입구와 묘지의 거리는 불과 30m에 불과한데, 각종 분양홍보 자료에는 묘지부분을 삭제하고 녹지공간으로 표시한 후 실제 묘지부분의 지목과 상관없이 ‘공원부지’로 표시해 이를 분양했다.
입주민들은 매일 묘지가 보이는 조망권에 있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더샵 디클리브’가 처음 분양됐던 2021년 5월 당시 시세는 인근 프리미엄급 아파트와 비교해서도 높은 편이여서 경제적 손해도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입주민들은 올해 3월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신고하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와 시행사가 묘지의 존재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며 그 정황도 포착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분양홍보관 설치 모형에 방위표를 이용해 묘지를 가린 점 ▲홍보관 대형조감도와 홍보물에 숲으로 묘지를 가린 점 ▲홍보용 인쇄물에 개교 예정 학교를 표시하며 묘지를 숨긴 점 ▲단지 배치도에 문중묘의 위치를 ‘세대별 평형 도표’ 및 숲으로 표시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소송 접수 두 달 후인 7월 23일 시행사와 시공사, 문중 측 합의로 갑작스럽게 묘지가 이장됐다. 소송 등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들 주체는 묘지 부지에 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건립비용은 시행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또 이와 관련해 갈등이 6개월 만에 일단락 됐다는 기사가 온라인에 등장했다.
거제시 건축과 관계자는 “묘지가 인근에 있다고 해서 시공 허가가 안나는건 아니다”라며 “용도변경은 아직 안한 상태이지만, 조만간 절차를 걸쳐서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 계획이라는 부분이 도시 전체를 토대로 계획하다보니,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라며 “(묘지 터 전체를 할지, 부분만 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입주율 현재 46%… 시세 대비 분양가도 높아
입주민들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 방편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묘지’ 존재를 숨기고 분양에 나선데다, 시세대비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점에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5월 분양 당시 거제 상동동 일대 브랜드 아파트 중 더샵 거제디클리브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130만원이다. 힐스테이트거제(2018년 준공)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000만원 선이다. 여기에 ‘묘지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입주율은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입주율은 약 46%에 불과한 상태다.
거제디클리브 입주민 A씨는 “처음에 거제시와 시공·시행사는 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무로 가리려고 했다”며 “비선호시설과 같은 그런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분양 과정에서 홍보는 ‘전답’이라고만 표시해 오인하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또 “2021년 모델하우스 오픈 전까지 수십여개 일부 문중 묘를 이장했다”며 “그 과정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몰랐다고 하는 것은 시 또한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묘지라는 부분을 알았다면 프리미엄을 주고 높은 분양가로 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묘지 이장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수개월간 이장이 안돼 묘지뷰를 보고 지낸 정신적 손해가 크며, 당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상당히 높았는데 만약 묘지가 주변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 돈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거짓으로 홍보해 경제적 손해도 입었다. 무엇보다 거짓·과장광고로 속여 분양에 나선 것은 입주민들을 기만한 것에 다름없기에 소송을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묘지 존재 고지했느냐, 알고도 속였느냐” 쟁점
법조계에선 시공사와 시행사가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민법 제103조 ‘신의성실의 원칙’상 분양 희망자들에게 묘지의 존재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조계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사전에 묘지의 존재를 알고도 입주자 모집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며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표시·광고 공정화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진 법여울 변호사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며 “표시·광고 공정화법 17조 위반으로 형사처벌될 가능성 높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이번 소송에서 시공·시행사가 분양사업을 원활하게 할 목적을 갖고 고의적으로 소비자를 속여 분양 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받았는지 여부가 사기 분양 여부를 따지는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재판부가 입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시공·시행사는 형법 제347조(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해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소송과 관련해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거제=IT조선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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