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 기업의 '적시 투자' 방해할 것"

김소연 2024. 7. 3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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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더하는 상법 개정이 화두가 됐다.

강 교수는 "이사가 여러 주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하면 기업의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제대로 된 투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성장한 배경에는 오너 체제 아래 과감한 적시 투자가 있었다. 상법 개정이 되면 기업의 성장 원동력이 훼손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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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②]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상법 개정안, 오히려 韓 증시 저평가 심화"
"결국 기업 총이익 감소…주가 상승 불가능"
"K디스카운트, 세제 개편으로 해소해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더하는 상법 개정이 화두가 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 규정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나 ‘총 주주’ 문구를 넣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업 이사가 주주의 이익에 기반해 경영 판단을 하도록 하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이 이루어져 기업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지난 25일 만난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상법 개정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아닌 오히려 ‘밸류다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현행법에서 이사는 회사에만 충실하도록 한 이유는 주주 간 대립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주주총회에서 주주 간 해결하고, 이사는 총회에서 나온 단일한 결정에 대해서만 충실히 집행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법이 개정돼 이사가 주주의 목소리를 일일이 듣고,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그렇지 않았을 때 배임죄로 처벌까지 받는다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되리라고 강 교수는 예측했다. 그는 “이사는 개별 주주들이 이견이 있을 때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당황하게 된다”며 “두 주인을 섬기는 대리인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세종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그는 상법 개정이 결국 기업의 ‘적시 투자’를 방해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봤다. 강 교수는 “이사가 여러 주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하면 기업의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제대로 된 투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성장한 배경에는 오너 체제 아래 과감한 적시 투자가 있었다. 상법 개정이 되면 기업의 성장 원동력이 훼손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경영 활동을 하면서 자회사를 둘 수도 있고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할 수도 있는데, 이때마다 소액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어 이사들이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기업은 아무런 시도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과소 투자가 기업 총이익을 줄어들게 해 주가 상승이 어려워질 수 있단 얘기다. 강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주가가 오르려면, 즉 밸류업을 하려면 결국 기업의 총이익이 증가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은 오히려 기업 가치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자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던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놓고 ‘과도한 세금’을 꼽았다. 세율이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로 인해 오히려 국내외 투자자들은 회사가 번 돈을 주주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한국 기업에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한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심 역시 한국 기업 주가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한국 기업은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과도한 할인을 받고 있다”며 “미래 성장성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사업에 투자를 하려 해도 반기업 정서나 각종 사전적 규제로 갈수록 도전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상법 대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강 교수는 “정부가 기업을 위해 세제 제도를 간편하게 바꾸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기업 관련 제도 역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 상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사전적 규제 등을 없애고 기업 관련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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