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또 '노란봉투법' 강행하는 巨野…"프랑스도 이정도면 '위헌'"

김재현 기자 2024. 7. 30. 05: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업 근로자에 대한 손배청구 제한 핵심…"주요국선 인정 안 해"
美·日·獨·佛 모두 손배 청구 가능…단 英은 최대 18억 손배 상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불가능하게 한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이유로 면책하는 경우는 없다."

경영계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해 내세운 핵심 논리다. 거야(巨野)가 8월 1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상정해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이자, 경영계는 이를 근거로 막판 정치권 설득에 나서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고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30일 경영·노동계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명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과 관련해 노조 측이 사측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시민들이 성금을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는 행위이며 주요국들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영국은 파업 참가자가 고의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의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민·형사책임을 모두 부담한다. 파업 참가자가 권한 없이 건물에 '침입'하거나 '점거 농성'을 하는 불법행위도 면책하지 않는다.

다만 손해배상 상한액은 정해져 있다. 노조 조합원 수에 따라 5000명 미만은 최대 4만 파운드(약 7000만 원), 10만 명 이상은 100만 파운드(약 17억 8000만 원) 등이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에서도 각각 자국 관련법에 따라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행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1982년 모든 단체행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법률이 개정됐지만, 곧바로 위헌 결정이 내려져 삭제되기도 했다.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도 노조의 권한 행사 중 불법행위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중 배상의무자별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개개인에게 나눠 묻는 것은 무리이며 해외 입법례에서도 부진정연대채무는 책임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진정연대채무는 동일한 채무에 대해 여러 사람의 채무자가 각자 그 전부를 부담해야 할 의무를 뜻한다. 미국·독일·일본 등에서도 공동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연대해 채무를 진다고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일정조차 합의하지 않으면서 법안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며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024.7.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경영계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할 경우 노조의 불법 행위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함께 반대하고 있는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조장법'으로 부르고 있다.

경총은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이 문제라면 사업장 점거나 폭력 같은 불법행위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노사관계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사업장 점거 금지 등 합리적 노사문화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야당은 22대 국회 들어 한층 강화된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했고 지난 22일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새 개정안에는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개념이 추가됐다. 실업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는 셈이다.

사용자의 범위도 '근로자 또는 노조에 대해 노동관계 상대방의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돼 원청사업주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합법 파업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동쟁의 대상도 확대했다. 경영상 판단 등에도 노조가 제동을 걸 수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전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산업 현장에서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에는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kjh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