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칼럼] 미국 대선과 중국의 복합 고민

여론독자부 2024. 7.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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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中, 美의 압박지속 전망 외교적 활로 모색
양국 전략경쟁 탓 한반도 안보지형도 흔들
韓 협치 발휘, 명민하고 빠른 헤징 나서야
[서울경제]

7월 18일 끝난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디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주로 다뤘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4.7%를 기록했고 평균이윤율·자본축적률이 모두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중국은 다른 데 눈 돌릴 겨를이 없다. 특히 미중 관계의 ‘안정적 불안(stable unrest)’ 요소가 좀처럼 걷힐 가망이 없다. 특히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구도로 변하면서 중국의 모니터링 시스템도 다시 점검하고 있다. 해리스는 인권과 민주주의 등에서 보다 원칙적이며 동맹과 국제 제도, 그리고 의회의 입법을 통해 공급망 등으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도 ‘미국에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라’는 강력한 보호주의 속에서 거친 관세정책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트럼프의 돌발 변수를 관리하기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평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유불리를 따질 처지는 아니며 모든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통분모인 미중 전략 경쟁의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속적 전쟁(forever war)에서 외교적 활로를 찾고 있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면서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를 느끼는 유럽과 함께 공동 중재 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7월 24일에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 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러 전쟁 해결 방안, 경제협력, 전후 질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대선 이후 전개될 동아시아 질서 변화에 대비해 중국식 헤징(hedging)도 미리 시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미국의 아시아 동맹 정책이 변할 것으로 보고 한미일 구도를 약화시키는 한편 한중일 협력의 틀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6월 말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정상회의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후문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여러 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 학자와 대화하면서 최근 국제 질서를 보는 중국 내 논의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컨대 중국은 종합 국력의 한계 속에서 최대한 발전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미중 관계 안정화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은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다양한 위기 돌파 전략을 준비하는 한편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 관리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그 공백을 파고들어 중국적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의 변화는 한반도에도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미국 외교에서 한반도 이슈는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핵 동결 후 일부 제재 완화’로 정책이 분화될 수 있고 한미 동맹의 성격 논쟁도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정치적 방식(political settlement)’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정책 테이블에 올린 채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한편 다양한 외교 장관 회동, 차관급 전략 대화 등을 통해 한중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반면 북한이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북중 관계의 미묘한 균열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강화한 것도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대선이 온통 색깔론·음모론·혐오정치로 점철되면서 민주주의 회복 탄력성이 도전받는 와중에서도 미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거칠게 패권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중 전략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동아시아와 한반도 안보 지형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정치는 미국의 맹목적 진영 대결을 닮고 있고 심지어 미국 대선 판도를 이용해 상대 정책 기조의 성공과 실패를 확인하려는 비난 게임(blame game)에 몰두하고 있다. 싫든 좋은 미국이 새로운 판을 짜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더 빠르고 더 명민하게 외교적 헤징을 모색하는 협치와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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