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덕이라는 '16세 金' 반효진, '만점 2번' 쏜 본인이 기회 만들었다[스한 파리人]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16세 고교생 스나이퍼'는 금메달을 딴 뒤에도 '하늘이 기회를 준 덕에 해냈다'며 겸손했다. 하지만 본인이 결선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기에 기회 역시 온 것이었다.

반효진. ⓒ연합뉴스

반효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소총 10ｍ 여자 개인전 결선에서 251.8로 중국의 황 위팅과 올림픽 신기록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0.4점을 쏴 0.1점 차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 역대 최연소 금메달이자 한국의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이다.

반효진은 24번째 사격까지 251.8점으로 운명의 마지막 슛 오프 한 발에서 10.4를 쏘며 10.3을 쏜 황 위팅을 0.1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은 사실 22번째 사격까지 황 위팅에 1.3점이나 앞서 있었기에 여유롭게 금메달을 따내는 듯했다. 하지만 반효진은 23번째 발에서 9.9를 쏘며 0.9점 차로 추격당했다. 이어진 기회에서도 9.6을 쏘는 등 흔들리며 황 위팅과 251.8점 동률이 됐다.

황 위팅의 막판 추격을 받으며 동점을 허용했기에 떨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반효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단 한 발로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상대를 0.1점 차로 제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 파리 올림픽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 결선 1-2위 기록. ⓒ파리 올림픽 공식 한국어 홈페이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임한 반효진은 "마지막 두 발이 크게 빠져서 당황했다. 하지만 슛오프 한 발이 남아 있었기에 '하늘이 금메달 따내라고 만들어준 기회구나' 싶어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이 준 기회'라는 말로는 반효진의 실력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결선에 오른 8명 중 유일하게 만점(10.9)을 두 번 기록한 선수였다. 중국의 황 유팅, 카자흐스탄의 알렉산드라 레, 인도의 라미타 라미타 세 선수가 한 번씩 만점을 쐈지만 거기까지였다.

해설자도 경기 내내 '공기소총은 점수 간 격차가 크지 않아 미세한 실수에도 순위 변동이 상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반복했다. 반효진은 그 정도로 섬세한 스포츠의 올림픽 메달 결정전에서 만점을 두 번이나 쏜 것.

사실 반효진의 슛오프 직전 마지막 두 발 9.9-9.6은 탈락자를 한 명 씩 배출하는 단발 사격에 접어든 이후 전체 참가자 기록 중 가장 좋지 않은 수치였다. 그가 그럼에도 슛오프까지 가 극적인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이유는 하늘이 아닌, 본인이 쌓은 단단한 기반에 있었다.

반효진. ⓒ연합뉴스

-스한 파리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