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도광산' 논란에 "日 선조치 끌어내"…野 '외교참사' 공세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2024. 7. 3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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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사도광산 '강제' 누락 논란에 "선 조치에 의미"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 매년 추도식 개최 등 역사 기억
군함도 등재 보다 행동은 '진전'…'강제 동원' 진정성은 여전히 논란
명확한 외교 전략 필요…조치 내용서 내실 채워나가야
세계유산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내부.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전시 공간에 '강제' 표현이 담기지 않았다는 논란과 관련, 일본 측의 '선제적 조치'를 관철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열고 매년 추도식을 개최하는 등 역사를 기억하는 행동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강제 표현이 없더라도 이 같은 조치로 역사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를 들어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의 조치를 좀 더 구체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야당은 "외교무능과 참사"라며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 "일본 측 행동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일본 사도광산 세계유산' 알리는 신문.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 전에 선제적으로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여는 등 선(先) 조치를 했다"며 "일본 측의 행동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일본 측에 요구했다. 일본 측은 해당 요구를 수용하고 한국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 사전 설치와 노동자 추도식 매년 개최 등의 조치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했다.

전시시설은 사도광산에서 2㎞ 정도 떨어진 기타자와 구역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설치됐다. 시설에는 노동자 모집·알선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다는 점, 한국인 노동자 노동쟁의 기록, 일본 총리 과거사 관련 발언 등과 같은 자료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시에서는 '강제 연행', '강제 동원' 등 '강제'가 포함된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고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 표현도 없어 논란이 일었다.

당장 야당은 '외교 참사'라며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의 전쟁범죄 왜곡에 거수기를 자처한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인지 일본의 총독부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외교무능과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강제'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전시 내용을 통해 강제 노역에 대한 역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시실에는 조선총독부가 관여해 조선인 노동자 모집을 알선했고, 한국 노동자의 가혹한 현실과 탈출했다 붙잡혔다고 적혀 있다"며 "강제성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에서 충분히 당시 역사가 인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일부 일본 매체들은 전시에 '강제' 표현을 빼기로 양국 정부가 '사전 합의'했다는 보도까지 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관련 상임위에 경위 파악을 요청한 상태다.

군함도 등재 보다 행동은 '진전'…'강제 동원' 진정성은 의심

세계유산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소다유코 출구. 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2015년 군함도 탄광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당시 취했던 일본 태도를 상기시키며 더욱 불거졌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센터는 등재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마련됐고 내용도 충분하지 않았다.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이어진 후, 일본 측은 지난해 조선인 사상자 관련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당시 한일 정부 대표의 발언을 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 추가 조치했다.

사도광산 등재에 앞서 일본 측이 전시 시설을 조성하고 추도식을 약속한 점은 군함도 등재 당시보단 진전된 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군함도 등재 당시 일본 대표단이 '강제'를 인정한 반면, 이번 사도광산 등재 회의에서는 일본 대표의 명시적 언급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등재에서 가노 다케히로 일본 유네스코 대표는 "모든 관련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이와 관련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강제'를 이미 인정된 상황에서, 이번의 '명심'은 과거 약속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일본 측의 모호한 태도를 감안한다면 좀 더 명확한 외교 전략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일본은 이번 사안과 관련 강제동원이란 걸 인정하지 않았다는 걸로 앞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어렵고 곤란한 대일 외교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전체판에서 다 양보해놓고 부분적으로 일부 전선에서 약간의 진보를 이뤘다는 식으로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문제 해결에 있어 굉장히 후퇴하고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 면에서 진전된 점을 이용해 선순환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죄와 반성이란 표현은 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걸 끝으로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런 노력들을 알리고 우리가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계속해서 주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나 추도식 같은 플랫폼이 마련된 만큼 채워나갈 여지가 있다. 추도식의 경우 점차 급을 높여 양국의 관계자가 참여하는 긍정적 선순환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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