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과 평가에 '검찰 송치 건수' 반영…무분별 송치 등 부작용 우려
검거 인원에 검찰 송치 피의자 숫자 반영…불송치는 포함 안 돼
"일선 현장선 실적 때문에 송치 분위기 생겨" 불만
송치 건수 압박으로 형사과 무관한 교통단속 나서는 경우도
경찰 관계자 "평가 지표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개선해나갈 것"
경찰청이 올해부터 일선경찰서 성과 평가 항목에 '검찰 송치 건수'를 정량적으로 반영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실적 부담에 떠밀린 경찰이 형사활동과 무관한 업무 현장에 나가는가 하면 '무분별한 사건 송치'로 시민 불편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올해부터 일선 경찰서의 치안 성과 평과 항목을 개선하며 '민생침해범죄근절' 성과를 포함했다. 일선서 형사과마다 한 해 1인당 '검거 인원 및 처리 건수'를 계산해, 최근 5년 동안 해당 관서 평균치보다 높을 경우 만점을 주는 정량 평가 항목이다.
각종 범죄 피의자 검거 실적을 따지는 '검거 인원'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한 피의자 숫자를 반영한다. 내사 종결하거나 여러 이유로 검찰에 넘기지 않은 사건은 평가 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
경찰 '송치'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를 검찰에 넘기는 것을 뜻한다. 애초 경찰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이를 검찰에 무조건 송치했지만,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불송치' 결정이라는 사건 종결 권한을 갖게 됐다. 이후 경찰은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 송치나 불송치(종결) 여부를 직접 판단하고 있다.
일선에서는 개선한 지표를 시행한 첫해부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단순 시비나 경미한 쌍방 폭행 등 당사자들의 합의로 종결할 수 있는 사건마저 실적에 떠밀려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처벌 건수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비판까지 있었다.
부산의 한 일선 경찰서 형사 A씨는 "경찰이 중간에서 합의 의사를 전달하고 연락을 주선해주는 역할도 해왔지만, 최근에는 사건이 접수되면 검찰에 송치하기 바쁘다"며 "불송치 사건이 오히려 서류 작성 등 처리에 시간과 노력이 더 드는 경우도 있는데 단순 송치건수를 실적에 포함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형사 B씨는 "사건 송치 건수가 적으면 관내 치안이 안정적이었다는 의미인데, 이를 다행으로 여기기는 힘든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실적에 대한 부담과 함께 각종 부작용도 전해진다. 현장에서는 송치 건수 압박에 시달린 경찰이 형사 활동과 무관한 업무에 나선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무면허 운전 등 교통단속이나 불법 성매매 업소 단속 현장 등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졌다.
전문가 역시 이런 방식의 평가는 일선 직원에게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송치 건수를 정량평가하면 실적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사건을 송치해 오히려 사법질서에 악영향을 미치고 시민 불편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도 비판했다.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관서 평가는 경찰서장 인사평가나 경찰서 전체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원들에겐 목표치 달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적 압박을 받다보면 최대한 송치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부작용도 간과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량평가가 높게 나왔다고 경찰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 했다고 평가할 순 없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정량평가를 배제할 순 없으니 적절한 평가기준과 방식,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세밀하게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경찰은 범죄 외에 다른 사건·사고 처리 건수도 실적에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지침을 개정했다고 해명했다. 부작용이나 불만에 대해서는 향후 평가 방식 개선에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별로 형사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화재, 변사 등 범죄가 아닌 다양한 사건·사고 처리 건수도 지표에 포함해달라는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며 "올해 처음 시행된 부분이라 일선서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성과 지표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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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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