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인은 축구 팬과 국민들" 말뿐인 허울?...홍명보 감독의 두 얼굴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대표팀 주인은 축구 팬과 국민들" 홍명보 감독이 지난 29일 취임 기자회견 당시 발언 중 일부다. 하지만 정말로 대표팀의 주인이 축구 팬들과 국민이라고 생각했다면, 감독직을 수락했을지 의문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 행정의 문제를 지적했던 인물이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30일 울산 감독으로 포항 스틸러스 원정길에 올라 "외국인 내국인을 나눠 뽑기 보다 왜 뽑아야 하는지 이유가 더 중요하다. 정해성 위원장을 누가 서포트 해줬는가. 협회에서 누구도 해주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혼자 고립됐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위원장과 감독은 바뀌는 데 협회 내부는 안 바뀐다. 서포트 해주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바뀌지 않는다"고 직접 말했다.
하지만 취임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어야 하는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이 왜 알맞은 인물인지 설명했다. 설득력은 부족했다. 전술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9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본격 기자회견에 앞서 홍명보 감독은 취임사를 말했는데 A4 8장을 들고 나섰다. 홍명보 감독은 먼저 자신이 준비한 취임사를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임 과정을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5일 이임생 이사가 우리 짚 앞으로 찾아왔다. 만난 자리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 한국 축구 기술 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내 생각을 물었다. 감독, 전무를 하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철학과 운영 방안, 한국 축구 기술 철학 등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듣고 이임생 이사는 감독직을 간곡히 요청했고 밤새 고심한 끝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팬들이 거세게 비판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이 열심히 준비한 PPT 자료 및 감독직을 향한 열정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두 감독을 최종 후보에서 배제했다.
이후 곧바로 이임생 기술 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찾아갔다. 홍 감독에 의하면 "감독직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한다. '감독직을 원하는' 외국인 두 감독은 철저한 면접을 실시한 반면, 홍명보 감독은 면접 없이, '요청'에 의해 감독이 됐다. '낙하산', '채용 비리' 등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KFA 측은 이것이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KFA는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팀 선임 과정과 관련된 입장문 발표에서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있고, 성의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감독의 경우 다른 후보들에 비해 PT나 여러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부터 국내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내정이 아니냐는 의혹에 더욱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또한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며 "홍명보 감독의 경우 현재 울산HD를 맡고 있다가 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지가 우선적인 이슈였다"고 전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대체로 알맹이가 없는 답변만 내놨다. 그 가운데 소통으로 대표팀을 운영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은 주인이 없는 팀이다. 새로운 선수들도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 기존 선수들도 부상으로 인해 못 올 수 있다. 대표팀 주인은 축구 팬과 국민들이다. 난 이 시기에 일하는 사람이지 주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이미 닻을 올리기도 전에 수많은 풍파를 겪고 있다. 대표팀 주인인 축구 팬과 국민들의 마음도 돌리지 못하는 상황에 선수들의 단합과 팀 조직력은 어떻게 구축할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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