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 “애국가 다 외웠는데...다음엔 시상식서 꼭 부를게요”

파리/장민석 기자 2024. 7. 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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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가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시상식에 참석해 은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시상식 때 부르려고 애국가 가사 다 외웠는데 아쉬워요. 다음 올림픽 땐 꼭 부르겠습니다.”

29일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kg급에서 귀중한 은메달을 따낸 허미미(22)가 4년 후를 기약했다. 일본 도쿄 태생으로 한국 국적 할머니가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한 유언에 따라 2021년 한국에 온 허미미는 3년 만에 태극 문양을 달고 시상대 위에 섰다. 비록 금메달이 아니라 애국가는 울리지 못했지만, 그의 은메달로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갔다.

허미미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을 따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딸을 유도의 길로 이끈 아버지에겐 “있다가 전화로 은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허미미는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허미미는 이날 8강전에서 ‘천적’으로 꼽혔던 몽골의 엥흐릴렌 라그바토구에게 절반승을 거뒀다. 라그바토구는 허미미보다 세계랭킹은 낮아도 올림픽에 앞서 허미미에게 5전 전승을 거뒀던 선수. 허미미는 “부담이 좀 컸는데 이겨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결승에선 연장에서 위장 공격으로 석연치 않은 지도를 받아 반칙패했다. 허미미는 “위장인 줄 몰랐는데 경기니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이 부분을 더 신경 써서 잘해야겠다”며 겸허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경기를 치르는 동안 “허미미”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성원을 받은 것에 대해선 “파리에 와서 태극마크가 자랑스럽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거머쥔 펜싱 스타 오상욱의 팬인 허미미는 경기 전날인 28일 오상욱을 만나 격려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명문 와세다 대학 스포츠과학부 4학년으로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그는 “학점 이수를 잘해 졸업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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