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꿈이 담긴 공간, 이젠 아이들 웃음소리 ‘꺄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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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무용수가 커다란 알 속으로 쏙 들어가자 객석에서 앳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이들은 "우와, 신기하다"라며 감탄하고, 엄마의 귀에 대고 "사라졌어. 어디로 간 거야?" 소곤소곤 묻곤 했다.
이제 김민기도 떠났고, 학전도 이름을 바꿨지만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공연이 필요하다"는 고인의 뜻은 새 공간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공연된 '시포나드, 애벌레의 꿈'은 알을 깨고 나오는 애벌레처럼,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춤으로 풀어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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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무용극 공연에 북적북적
라운지선 색칠놀이-책 읽기도
무대 위 무용수가 커다란 알 속으로 쏙 들어가자 객석에서 앳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이들은 “우와, 신기하다”라며 감탄하고, 엄마의 귀에 대고 “사라졌어. 어디로 간 거야?” 소곤소곤 묻곤 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어린이 무용극 ‘시포나드, 애벌레의 꿈’의 객석 풍경이다. 3월 15일 폐관된 ‘학전’이 이름을 바꿔 아이들 관객을 다시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 김민기도 떠났고, 학전도 이름을 바꿨지만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공연이 필요하다”는 고인의 뜻은 새 공간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기존 극단 사무실을 임시로 재단장한 2층 ‘예술놀이터’는 공연 시작 전, 관객 20여 명으로 붐볐다. 아이들은 색칠 놀이를 하거나 비치된 동화책을 읽었다. 다섯 살 아들과 극장을 찾은 최모 씨(36)는 “5분 기다리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와 함께 놀면서 기다릴 라운지가 있어 좋다”고 했다.
개·보수를 마친 지하 소극장에 들어가니 기존처럼 쿰쿰한 곰팡내가 나지 않고 산뜻했다. 어린 관객을 위한 키 높이 방석도 객석 뒤편에 새로 구비됐다. 이날 공연된 ‘시포나드, 애벌레의 꿈’은 알을 깨고 나오는 애벌레처럼,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춤으로 풀어낸 작품. 무용수가 공중으로 흩뿌린 물이 조명 빛에 반사될 땐 아이와 어른 모두의 감탄사가 터졌다. 여섯 살 딸과 찾은 안모 씨(38)는 “지난주 김민기 씨에 대해 검색하다가 공연 소식을 접했다. 어른이 봐도 재밌는 공연을 아이와 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제32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일환이었다. 해당 축제는 서울 공연을 마쳤고, 다음 달에 광주 등에서 지역 연계 공연을 이어 간다.
고 김민기의 유족들은 발인 후 닷새 만인 29일 장례 이후 입장을 전했다. 학전을 통해 낸 보도자료를 통해 “조의금과 조화를 사양한다고 밝혔음에도 장례 첫날 경황없는 와중에 일부 조의금이 들어왔다”며 “조의금은 돌려 드릴 수 있는 것은 돌려 드렸고, 또 돌려 드리려고 한다. 돌려 드릴 방법을 찾지 못하는 조의금은 적절한 기부처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고인의 작업이 ‘시대의 기록 정도로 남았으면’ 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고인의 이름을 빌린 추모공연이나 추모사업을 원하지 않는다”며 “유가족은 유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왜곡되지 않도록 받들겠다. 모든 일은 학전을 통해 진행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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