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거머쥔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태극마크 달고 메달 따 행복"[파리2024]
할머니 유언 따라 한국 국적 선택한 재일교포
[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정말 아쉬운 패배였다. '최강자'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상대로 접전을 이어갔지만 연장 끝에 석패하고 말았다.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낄 사람은 허미미(22·경북체육회) 본인이었다. 그래도 허미미는 "할머니께 메달을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 1위 데구치에 연장전(골든 스코어) 끝에 반칙패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정규시간(4분) 동안 지도 2개를 받은 허미미는 연장전에서 계속 업어치기를 시도해 데구치의 지도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연장 2분35초께 위장 공격으로 지도 하나를 더 받아 반칙패가 확정됐다.
허미미는 결승을 마친 뒤 "너무 아쉽다. 위장 공격인 줄은 몰랐는데 경기니까 어쩔 수 없다"며 "다음부터는 그런 부분을 잘 생각하면서 유도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한 결과가 메달로 돌아와서 기분이 좋다. 응원을 많이 듣고 경기하는 것이 처음이라 경기 자체는 재미있었다"며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기대도 되고, 부담도 있었는데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에서 패배하면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8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 금메달 획득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메달이다.
한국 여자 유도가 메달을 딴 것은 2016년 리우 대회 여자 48㎏급 정보경 은메달 이후 8년 만이다. 여자 유도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또 허미미의 은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 유도의 첫 메달이다. 그의 메달로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가 한층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금메달을 땄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게 은메달이다"고 말한 뒤 "내일부터 언니, 오빠들을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지역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로,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일본 국적을 포기한 뒤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런 허미미에게 태극마크는 남다른 의미다.
허미미는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감동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파리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며 금메달 각오를 드러냈던 허미미는 "애국가 가사도 거의 외웠는데 아쉽기는 하다"면서 "다음 올림픽에서는 애국가를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허미미는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한국 국적 취득을 권유했던 할머니가 많이 떠오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은메달을 딴 후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돼 아쉽다"고 말한 허미미는 "그래도 은메달을 보여줄 수 있게 돼 행복하다. 할머니에게 지금까지 유도를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태극마크를 달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자랑스럽고, 결승까지 올라가 메달을 따게 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유도를 했었던 아버지에게도 어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버지가 잘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이따 통화하면서 은메달을 보여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매트 위에서는 강렬한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허미미지만, 매트를 벗어나자 배우 남주혁을 만나고 싶어하는 수줍은 소녀였다. 대한유도회가 배포한 가이드북에 따르면 허미미의 취미는 메이크업이다.
배우 남주혁을 좋아한다는 허미미는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번 대회 펜싱 남자 사브르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의 팬이라고도 밝힌 허미미는 "어제 만났다. 금메달을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쳤으니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파트너들이 많이 도와줘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 파스타를 무척 좋아해서 먹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기대를 한껏 높은 허미미는 4년 뒤 금메달을 꿈꾼다.
허미미는 "다음 올림픽 때는 4살을 더 먹으니 체력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4년 뒤에는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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