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佛에 한세트도 용납않은 '천하무적 3총사'
김우진·이우석·김제덕 트리오
압도적인 기량으로 완벽 우승
도쿄 '파이팅 궁사' 김제덕
힘찬 함성으로 형들 응원
이우석은 6발 모두 10점 명중
김우진은 3관왕 발판 마련
◆ 2024 파리올림픽 ◆
실력에 큰 대회 경험까지 갖춘 세 명의 조합을 꺾은 팀은 아무도 없었다.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6·코오롱), 김제덕(20·예천군청)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양궁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5대1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 3연패를 달성한 남자 양궁 선수들은 금메달을 확정 짓자 포효했다.
그동안 남자 양궁은 경쟁국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역시 남자 개인·단체전은 8개로, 여자 개인·단체(19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격적인 전략과 두터운 선수층으로 무장한 미국, 이탈리아 등이 한동안 한국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왔다.
그럼에도 한국 남자 양궁은 올림픽 단체전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3연패를 이뤘고, 2016·2020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양궁 대표팀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점찍은 종목 역시 남자 단체전이었다. 선수 면면부터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로 평가받았다. '맏형' 김우진은 3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3회 연속 올림픽 양궁에 출전하는 것은 장용호 예천군청 코치, 임동현 남자 대표팀 코치에 이어 김우진이 세 번째다.
또 김제덕은 직전 올림픽 대회였던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이우석은 첫 올림픽이지만 아시안게임에 두 차례 출전했고,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실력자다.
이들은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들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3년 연속 함께 통과한 덕에 2022년부터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단체전 호흡을 맞췄다. 누가 먼저 쏘든 선수들은 자신 있게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우석-김제덕-김우진 순으로 순서를 짜서 나왔다. 이우석이 맨 먼저 슈팅을 해 분위기를 이끌고, 김제덕이 중간 다리를 놓은 뒤, 김우진이 듬직한 맏형답게 마무리하는 전략이었다.
올 시즌 남자 양궁 대표팀은 1차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했지만 2·3차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기세를 높였다. 이달 초 국가대표 B팀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진행한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도 남자 대표팀은 한 수 위 기량을 발휘하면서 전승을 거뒀다.
파리올림픽 랭킹라운드에서 김우진(686점·1위)과 김제덕(682점·2위), 이우석(681점·5위)이 나란히 톱5 성적을 거두면서 총점 2049점으로 무난하게 8강에 안착했다. 30도를 넘는 무더위에서 펼쳐진 토너먼트에서 한국 선수들은 강력한 전력을 과시했다. 8강에서 일본을 6대0으로 완파했고, 4강에서 중국을 5대1로 눌렀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2세트 두 번째 발에서 이우석-김제덕-김우진이 모두 10점을 쏴 중국의 기를 꺾었다.
도쿄올림픽에서 '파이팅'을 크게 외쳐 화제를 모았던 김제덕은 이번 대회에서는 화살을 쏠 때마다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해 포효하거나 몸짓을 크게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홈팀 프랑스와 만난 결승전은 마치 유럽 축구 경기를 보는 듯했다. 프랑스 홈 관중들은 발을 구르고 깃발을 흔들면서 응원했고, 한국 관중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 선수들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1세트를 57대57로 비긴 한국은 2세트에서 세 선수 모두 첫 발을 10점에 명중시켜 분위기를 주도하고, 59대57로 세트를 따냈다. 이어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3세트. 선공에 나선 프랑스가 3명 모두 9점을 쏘면서 흔들렸다. 반면 한국은 이우석과 김제덕이 10점을 쏘면서 주도권을 쥐었다. 뒤이어 두 번째 발에서 이우석, 김제덕, 김우진이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면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서 6발 모두 10점을 쏜 이우석의 활약이 특히 컸다.
셋 모두에게도 이번 금메달은 저마다 뜻깊다. 김우진과 김제덕은 한국 남자 양궁 선수 중 첫 통산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김수녕이 4개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고, 박성현·윤미진·기보배·안산 등 4명이 3개로 뒤를 이었다.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3연패에 모두 함께한 김우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 탈락의 아픔을 씻었다. 임시현과 혼성 단체전 출전을 앞두고 있는 김우진은 단체전 금메달로 이번 대회 3관왕을 달성할 발판을 마련했다. 도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선발되고도 1년 연기되는 바람에 재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겪었던 이우석도 파리올림픽에서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로 아픔을 씻었다.
남녀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한국 양궁은 이제 혼성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까지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남녀 개인전 예선전이 치러지고, 다음달 2일 혼성 단체전, 3일 여자 개인전, 4일 남자 개인전 메달 결정전이 펼쳐진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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