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망했다”… 美 대선 비방 열올리는 중국, 왜?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7. 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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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정책 불변 전망에 해리스·트럼프 ‘모두 까기’에 열중

“미 대선은 서방 정치 체제의 붕괴를 보여주지만, 중국 (정치) 모델은 새로운 기대를 불러온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매체인 참고소식(參考消息)이 최근 ‘서방 정치 체제 실패의 근본 원인 분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이 기사는 “서방 사회 엘리트들은 내부 투쟁에 몰두하고 있어 사회 붕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또 한때 자유민주주의를 인류가 이뤄낸 최종 정치체제로 규정한 일본계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과거 발언을 후회하고 ‘국가 처리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에서 혼란상이 이어진 가운데 중국이 이를 자국 정치 체제 옹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에 대해서는 ‘실망, 좌절, 신뢰 상실로 얼룩진 선거’(인민일보)라고 평가했고, 2020년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분열된 선거’(신화통신)라고 했던 중국이다. 올해는 아예 ‘서방 정치 체제 붕괴’를 강조하며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탄압과 억제’라는 대(對)중국 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진단하고, 미 대선 후보 모두를 ‘모두 까기’로 비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중국은 미 대선 악몽을 즐거움과 불안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래픽=양인성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차 TV토론이 벌어진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 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대회’ 연설에서 “중국의 힘이 한 뼘 커질수록, 세계 평화의 희망은 한 뼘 더 커진다”고 연설했다.

이날 웨이보(중국판 X)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토론을 두고 “관짝에 들어가야 하는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 “서구 정치가 종말을 맞았다”는 글이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관영 신화통신 또한 “미국 대선 토론을 보느니 축구 경기를 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환구시보가 15일 칼럼에서 “미국 정치의 양극화, 정치 폭력의 배경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빈부 격차가 있다”면서 “미국이 정치 양극화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정치 폭력의 악순환과 사회 불안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21일 바이든이 대선 후보 사퇴 방침을 밝히고 카멀라 해리스가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나서게 되자 중국 매체 자커(ZAKER)는 “미국 대선에서 결국 겨루는 것은 지명도이고, 누가 나오는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신화통신 산하 주간지 랴오왕은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의 대결은 분열된 ‘두 미국’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했던 1980년대만 해도 긍정적으로 미국 대선에 대해 평가했지만, 미국이 국제 사회 구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규정하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1988년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와 민주당의 마이클 두카키스가 겨루던 미 대선에선 민주당이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당 대회에 중국 대표단 12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1988년 미국정치학회(APSA) 초청으로 6개월 동안 미국 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던 왕후닝(중국 서열 4위)은 1991년 출간한 책에서 미 대선 토론에 대해 “이 절차는 매우 흥미롭고 개방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그러나 이제 마음 편하게 미 대선을 ‘구경’할 수는 없는 처지다. 미국의 양당 모두 중국 견제와 억제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자유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주요 세력으로 중국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대(對)중국 문제에서 해리스는 더 일관되게 바이든의 정책을 이어가고 체계화하여 중국을 억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문제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비난하며 관세 문턱을 한층 높이고, 과감한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을 우려한다. 트럼프와 함께 일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 안보보좌관은 지난달 포린어페어스에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은 냉전 때 소련 경제를 약화시키려 했던 것처럼 중국에도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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