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잠든 참전 영웅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내 전우들은 모두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비록 죽었지만 유엔군 묘지가 그들의 집입니다. 그들의 집이면서 또 내 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을 자주 방문합니다.”
영국군 6·25 전쟁 참전용사 제임스 그룬디는 전쟁 당시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임무를 맡았다. 미처 이름도 찾아주지 못한 전우들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에 매년 부산에 있는 재한(在韓)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그리고 2022년 자신도 그곳에 안장됐다.
그룬디의 사연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한수)이 지난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개막, 오는 10월 27일까지 여는 특별전 ‘그대는 아직도 여기에’에서 소개된다. 이 특별전은 6·25 당시 ‘유엔기 아래 하나가 된 참전국의 숨은 영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부산의 재한유엔기념공원을 테마로 삼았다. 박물관 측은 재한유엔기념공원에 대해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로서 유엔군과 그들의 가족이 영면하고 있는 추모의 공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실 입구에는 실제 재한유엔기념공원 전몰장병 추모명비에 새겨진 나라와 도시의 이름을 새겨 넣어 실로 많은 유엔군의 희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1955년 11월 대한민국 국회가 유엔에 유엔묘지 토지를 영구히 기증할 것을 건의했고, 다음 달 유엔총회에서 유엔묘지를 유엔이 관리할 것을 결의했다는 당시의 상황도 알 수 있다. 한수 관장은 유엔기념공원을 소재로 한 본지 2023년 6월 21일 자 태평로 칼럼 ‘나 죽으면 부산에 묻어주오’를 읽고 전시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전시는 미국, 영국, 튀르키예, 호주, 남아공,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 16국 유엔 병력지원국 군인들의 사연을 담은 유물을 선보인다. 콜롬비아군이 경기 연천 불모고지 전투 당시 신었던 전투화, 병력지원국 국가의 국기와 아리랑 악보가 그려진 기념 스카프, 유엔기와 성조기·태극기가 그려진 지갑 등 병사들의 땀이 어린 물건들을 볼 수 있다.
병력 대신 구호의 손길을 내민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3국의 정성도 볼 수 있다. 이들 나라는 오늘날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는데, 국립중앙의료원 초창기 의료진의 모습이 담긴 인사기록 대장도 함께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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