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참기름과 김가루는 적당히!
자주 가는 백반 집이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고 테이블이 다섯 개밖에 없다. 늦게 가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반찬이 다섯 가지나 나오고, 국도 매일매일 바뀌고 생선구이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대안이 없을 때는 무조건 그 백반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 편이다.
나는 밥 먹을 때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우리 몸의 영양이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른 탓도 있지만 설렁탕 집이나 해장국 집에 가도 반찬이 깍두기밖에 없고, 순댓국 집에 가도 반찬이 김치랑 깍두기밖에 없기 때문에 더더욱 반찬이 많이 나오는 그 백반 집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 백반 집 사장에게는 ‘참기름’과 ‘김가루’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 있다. 어쩌다 비빔밥이 나오는 날이면 손님들이 참기름에 엄청 집착한다는데, ‘시골에서 직접 짠 참기름’이라고 적어 놨더니 무조건 많이 넣으려고 하는 손님들이 있다고 한다. “참기름은 적당히 넣어야 향도 좋고, 다른 음식 재료와 조화를 잘 이뤄서 맛을 더 살려주는데,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해지고 다른 재료 맛까지 죽이기 때문에 절대 많이 넣으면 안된다!”고 수십 번 말해도 손님들은 ‘괜히 참기름 아끼려고 하는 소리’라고 오해하고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한다.
‘김가루’도 마찬가지인데, 김치 볶음밥이나 제육 볶음밥에는 김가루를 살짝 뿌려서 먹으면 더 맛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뿌려 먹으라고 테이블에 김가루 통을 놨더니 무조건 많이 넣으려는 손님들이 있다고 했다. 뭐, 손님 취향이 그렇다는데 말릴 수도 없고. “김가루 너무 많이 넣으면 김가루 맛이 강해서 김가루 맛밖에 안나요. 조금만 넣으셔야 더 맛있어요.” 백날을 얘기해도 일단 “듬뿍” 넣고 보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살다 보면 우리 인생에도 참기름, 김가루 같은 존재가 있고, 또 그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 존재만으로 정말 고맙고 감사한 것들이지만 과해지면 본질을 흐리게 하고 ‘본연의 맛’마저 앗아가는 수가 생긴다.
그러니까 항상 기억하자. 참기름과 김가루는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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