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 요원 명단 건당 백만원에 외국에 팔고도 4년 뒤 출소하는 나라

조선일보 2024. 7. 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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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대북 첩보 기관인 국군정보사령부의 비밀 요원 신상 등을 개인 노트북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정보사 소속 군무원에 대해 군 검찰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이 군무원은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한 ‘블랙 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기밀 파일을 외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요원은 신분이 드러나면 목숨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정보 요원 명단은 전 세계 정보기관이 가장 은밀히 다루는 초특급 기밀 사안이다. 이 이상 가는 정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출됐다가는 정보 체계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요원 가족의 안전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 측에 협조해 준 정보원도 무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보기관 내에서도 극소수 인원만, 그것도 자신의 담당 분야에 한해 정보 요원 명단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상식이다. 정보사는 인터넷망이 외부와 분리돼 해킹도 아예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보사 군무원의 노트북에 정보 요원 명단이 들어가 있었다. 세계 정보기관들이 들으면 말문이 막힐 일이다.

지난 2018년 정보사 공작팀장이 군사 기밀 100여 건을 휴대폰으로 찍어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기밀은 중국·일본 정보 요원에게 넘어갔다. 여기엔 중국에서 활동하던 정보사 비밀 요원 5명의 신상 정보도 포함됐고 이들은 급히 귀국해야 했다. 그런데 동료 목숨이 걸린 군사 기밀을 넘기면서 받은 대가는 한 건당 1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이런 반역 범죄가 5년간 지속됐는데도 정보사는 국정원이 통보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당시 기소된 공작팀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지금은 출소했다 한다. 동료 목숨을 팔아넘기고 국가 정보망을 통째로 흔든 반역범의 형량이 고작 징역 4년이었다.

미국에선 2005년 중앙정보국(CIA) 비밀 요원 한 명의 이름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당시 부통령의 비서실장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신분이 드러난 요원은 2007년 하원 청문회에서 “국가를 위해 20년 간 임무에 충실했던 신분을 정부가 보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가 CIA에서 일하겠는가”라고 했다. 지금 신분이 드러나 급히 귀국한 정보사 요원들이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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