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42] 어부의 아내
프랑스 화가 비르지니 드몽브르통(Virginie Demont-Breton·1859~1935)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미술가였다. 아버지 줄스 브르통이 유명 화가였던 덕에 당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미술 교육을 집안에서 손쉽게 받다가, 역시 아버지의 주선으로 최고의 여성 화가였던 로자 보뇌르의 제자가 됐다. 화가와 결혼을 한 뒤로는 부부가 함께 좋은 풍광을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그림에 몰두했다.
드몽브르통은 특히 어촌의 거친 자연과 거기서 굳건하게 삶을 일구는 강인한 여인들의 모습에 매료됐다. 잔잔한 파도를 뒤로한 채, 어린 두 아들을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젊은 엄마는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현실판이다. 능숙하게 아이들을 양팔에 끼고 미끄러운 바위를 흔들림 없이 딛고 선 건장한 그녀의 발이 찬탄을 부른다. 책임감과 다정함이 뒤섞인 무심한 얼굴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1881년, 드몽브르통은 이 작품으로 파리 살롱에서 첫 메달을 받았고, 유명 화상들의 지원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1894년에는 로자 보뇌르의 뒤를 이어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두 번째 여성이 됐다.
이처럼 재능과 여건을 모두 타고난 드몽브르통은 자기 ‘은수저’를 다른 이들과 함께 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녀는 여성미술가협회 회장으로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공립미술학교에 입학할 권리를 얻어 냈고, 여학생도 남학생과 똑같은 교육과정을 거칠 수 있게 제도를 바꾸는 등 여성 미술가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 은수저는 원래 쉽게 변질된다. 타고난 은수저를 갈고 닦아 눈부시게 빛을 낸 건 드몽브르통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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