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61] 양자 컴퓨터, 위협인가 거품인가

현대 문명의 기반인 디지털은 연속적인 세상을 0과 1이라는 정보로 재현하는 데 기반한다. 이 정보의 최소 단위가 비트(bit)다. 그런데 양자 세계에서는 0과 1이 동시에 중첩되어 존재하며, 이렇게 중첩된 양자 정보의 단위를 퀀텀(quantum·양자)의 앞 글자를 따서 큐빗(qubit)이라고 한다. 양자 세상에서는 중첩 말고도 ‘얽힘’ 현상도 존재하며, 측정에 따라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 미시 존재가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일 수도 있다. 다행히, 알다가도 모를 이런 양자 현상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와는 무관하고 미시 세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전자(電子)는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일 수 있지만, 야구공은 항상 단단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1990년대 말부터 큐비트를 응용한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이런 기술이 위협적인 것은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암호 체계는 거대 정수의 소인수 분해가 힘들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는데 (17x23=391 계산은 쉽지만 391을 17과 23이라는 소수의 곱으로 나누는 일은 어렵듯이), 양자 컴퓨터에서 양자 푸리에 변환을 쓰면 이 소인수 분해를 쉽게 할 수 있다는 방법이 발견되었다. 다만 양자 컴퓨터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분자의 열운동과 외부 세계의 교란에서 오는 오류를 없애야 한다. 즉, 절대 온도 0도(-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며, 이런 한계 때문에 2023년 5월의 <네이처>에 실린 기사는 양자 컴퓨터가 아직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은행, 정부, 정보기관, 비밀 통신의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한다는 것은 손쉽게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꿈같은 기술이다. 최근 민간보다 각국 정부의 지원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아직도 실험 단계지만, 이 공격을 막아내는 포스트 양자(post-quantum) 암호 기술에 대한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강력한 창과 단단한 방패의 경합이 양자 기술을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지, 기대와 동시에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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