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합으로 이겨내겠다” 오상욱도 경계한 그랑팔레의 함성, 대체 어느 정도길래[파리올림픽]
펜싱장이 아니라 마치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는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첫날 경기를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특히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프랑스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장에서 본 그랑팔레는 ‘거대한 궁전’이라는 이름답게 공간에서 웅장함이 느껴졌다. 펜싱 경기가 열리는 중앙홀의 면적은 약 1만3500㎡, 천장 높이도 40m가 넘는다.
여자 에페 개인전에 나선 오리안 말로나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세바스티앵 파트리스 등 프랑스 선수들이 경기할 때마다 이 널찍한 공간은 프랑스 시민들의 함성으로 채워졌다. 프랑스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하면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결정적인 득점이 나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었고, 다 함께 목청껏 응원가를 불렀다. 축구 등 인기 스포츠 국가대항전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었다. 두 귀를 이어폰으로 막아도 봤지만 이따금 들여오는 환호성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이날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도 32강 첫 경기를 마친 뒤 “진짜 이렇게 큰 곳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하니까 좀 떨리는 것 같았다”며 “긴장이 돼서 머리가 하얘졌다. 빨리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상욱은 프랑스 선수와 직접 대결하진 않았다. 장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낀 건데, 단체전에선 프랑스를 직접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1번 시드에 배정된 한국이 8강에서 캐나다를 꺾으면 프랑스와 이집트 간 승자와 4강에서 격돌한다. 세계랭킹은 프랑스(4위)가 이집트보다 두 계단 높다. 만약 4강에서 프랑스를 만나게 되면, 홈팀의 일방적인 응원전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회 2관왕에 도전하는 오상욱은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이런 환경에서 뛴 경험이 몇 번 있다. 그럴 때마다 잘 이겨냈다”며 “저희가 기합으로 밀어붙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후 8시30분 그랑팔레에서 열린다. 한국은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한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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