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마저 이재명, 김건희로 싸운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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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에서 열린 노경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후보자를 앞에 앉혀 놓은 채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고 각자 자기 진영을 대변하는 말들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24일 열린 박영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전 대표와 김 여사 관련 질의가 21번 가까이 쏟아졌다.
다음 날 열린 이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에서도 이 전 대표와 김 여사 관련 질의가 10번 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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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대표의 병합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했다. 동시심판을 받는 건 국민의 이익이고 권리다. 그런데 법관들은 본인들 재량이라 생각한다. 법원이 이런 자세를 고쳐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
“도이치모터스 사건 얘기가 나왔으니까, 물론 후보자님께 확인할 건 아니라는 것 저도 알고 있는데요….”(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22일 국회에서 열린 노경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후보자를 앞에 앉혀 놓은 채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고 각자 자기 진영을 대변하는 말들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이날 오전 10시 7분부터 오후 6시 35분까지 8시간 반가량 이어진 청문회에선 이재명 전 대표와 김건희 여사 관련 질의가 각각 11번씩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의견을 물으며 “왜 검찰이 김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했느냐”고 역정을 냈다. 반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이재명 재판을 질질 끄느냐”고 따지는가 하면,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소환 조사에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는 답을 요구했다.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법관으로서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 “그건 검찰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아무리 답을 피해도 소용없었다. 민주당 소속인 박범계 위원장은 “(후보자가) 확정적인 답을 한 게 없다. 대통령 부인 디올백 논란과 관련해 ‘사안을 알지 못한다’ 했는데, 모를 게 뭐가 있냐. 간단한 사안이다”라고 지적까지 했다.
24일 열린 박영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전 대표와 김 여사 관련 질의가 21번 가까이 쏟아졌다. 여야 청문위원들은 자기들끼리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미국 대법관 인사청문회의 ‘긴즈버그 룰’을 언급하며 “구체적 사건에 예단을 주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대법관 후보자가 답변할 수 없다”(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고 서로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는 결국 이재명과 김건희라는 프레임에 또다시 갇히는 도돌이표를 반복했다.
다음 날 열린 이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에서도 이 전 대표와 김 여사 관련 질의가 10번 넘게 나왔다. 후보자들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여야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으로 청문회를 이용한 셈이다. 이렇게 여야가 공방만 벌이는 사이 노 후보자가 서울 강남 아파트에 위장전입했던 문제와 박 후보자가 자신의 딸이 변호사시험을 칠 당시 시험 관리위원을 맡았다는 논란, 그리고 이 후보자의 20대 딸이 ‘아빠 찬스’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 사실 등은 묻혔다.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장관급 인사다. 대한민국 국법 질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모든 소송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마지막 결정권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평생에 걸쳐 쌓아온 법관으로서의 역량과 미래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검증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위해 충분히 목소리를 낼 자질과 품성을 가졌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필리버스터다, 탄핵이다, 허구한 날 싸우기만 하는 국회가 대법관 청문회에서마저 이재명과 김건희 이슈를 두고 싸운 건 너무 무책임하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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