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보니 나의 날이었다"…16세 강심장 반효진 金 명중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7. 2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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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여자10m 공기소총 金
中 황위팅과 엎치락 뒤치락
연장 한발로 극적인 우승
251.8점 올림픽 타이 기록
'큰무대 체질' 소녀 총잡이
사격시작 3년 만에 금메달
"100번째 金 내가 주인공" 2024 파리올림픽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 정상에 오른 반효진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반효진은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만 16세10개월18일)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파리 이충우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16)이 사격 입문 3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그는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반효진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 결선에서 251.8점을 기록한 뒤 동점을 이룬 황위팅(중국)을 슛오프 끝에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이 이날 작성한 251.8점은 올림픽 타이 기록이다. 본선에서 634.5점을 기록했던 반효진은 큰 기대를 받고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반효진이 결선에서는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올림픽 메달이 결정되는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긴장하지 않고 큰 무대에 강한 반효진은 다시 한번 펄펄 날았다. 세계에서 공기소총을 가장 잘 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반효진은 당당하게 자신의 경기를 펼쳤고 가장 높은 점수를 따내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섰다.

2007년생 반효진이 총을 처음 잡은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사격부 생활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사격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또래 친구들보다 사격을 늦게 시작한 만큼 반효진은 '내일 죽을 것처럼'이라는 자신의 좌우명대로 연습에 몰두했다. 남들보다 10배 이상으로 노력하자 실력이 급상승했다. 각종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반효진은 지난해부터 국제 대회에서도 이름을 알려나갔다.

지난 3월 진행된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대형 사고를 쳤다. 국가대표 선발전의 분위기를 익히고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했던 이 대회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생애 첫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반효진은 파리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황위팅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금메달 경쟁을 벌이는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황위팅과 동점을 기록해 슛오프에 진출한 반효진은 침착했다. 10.4점을 기록하며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0.1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반효진은 "마지막 한 발에서 9.6점을 쐈을 때 2위로 미끌어진 줄 알았다. 슛오프를 한다고 해서 하늘이 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1위를 차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는 감정이 벅차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를 사격장으로 데려간 내 친구 전보빈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결선을 치르기 전에도 연락을 했는데 '너 하던 대로만 해'라는 믿음직스러운 말을 해줬다. 친구 덕분에 금메달을 딴 만큼 앞으로 잘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에 앞서 '오늘의 운세'를 보는 루틴이 있다고 밝힌 반효진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밝혔다. 그는 "운세를 보자마자 '나의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고 쓰여 있어 금메달을 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는 "'이 소중한 금메달을 내가 가져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격스럽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넌 얼마나 더 잘할 생각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열심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사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한 비결은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반효진을 지도하는 김병은 대구체고 사격 코치는 "일반적으로 3년 가까이 걸리는 것을 반효진은 1년 만에 모두 해냈다. 반효진이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난 건 목표물을 조준하는 능력과 집중력"이라며 "근력과 체격이 좋은 것도 반효진의 장점이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반효진의 사격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반효진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 코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어' '하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을 먹는 반효진이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의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선수가 벌벌 떠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반효진은 웃으면서 경기를 치렀다. 긴장감이 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격발하는 반효진은 강심장 총잡이"라고 말했다.

반효진은 올림픽 한국 선수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만 16세10개월18일로 메달을 딴 반효진은 1988 서울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윤영숙(당시 만 17세21일)이 보유했던 기록을 경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효진은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리스트 여갑순, 2009 시드니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이후 24년 만에 여고생 소총수 메달리스트가 됐다.

반효진은 한국의 첫 번째 금메달이 나왔던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한국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이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지 무려 76년 만이자,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48년 만의 쾌거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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