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伊총리에 전기차협력·수입확대 '유화 제스처'

정성조 2024. 7. 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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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전기차 관세' 갈등 속 우군 확보 행보…멜로니 "中 역할 대체불가" 화답
29일 베이징에서 만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탈리아에 '건설적 역할'을 요청하며 전기차·인공지능(AI) 협력과 이탈리아산 제품 수입 확대 등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고율 관세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중국이 통상 마찰을 빚는 민감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29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경제 세계화 시대에는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개방·협력을 견지해야만 윈윈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고수해왔고 지금껏 패권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각국과 발전 기회를 함께 향유하기를 바란다"며 "이탈리아가 중국의 발전 이념을 이해·지지해 중국-EU의 대화·협력 강화와 양측 관계의 긍정적·안정적 발전 촉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국가였으나 멜로니 정부는 사업이 자국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중국의 반대에도 탈퇴를 선언해 관계가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날 멜로니 총리에게 전기차·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 협력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이탈리아 양국은 산업 우위가 상호 보완적이고 서로에게 기회가 되므로 응당 개방·협력을 견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경제·무역·투자, 공업 제조, 과학·기술 혁신, 제3의 시장 등 전통적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전기차, AI 등 새로운 영역의 협력을 모색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이탈리아 기업이 중국에 와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고 더 많은 이탈리아의 우수한 제품을 수입할 의향이 있다"며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 간 중국 기업에 공평·투명·안전·비차별 경영 환경을 제공해주기를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이탈리아의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최에 지지를 표하면서 이탈리아가 중국인에 비자 편의를 제공해주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CCTV는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는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과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EU와 중국의 관계가 심화하면서 내실을 갖추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또 "이탈리아와 중국은 문명이 오래된 국가로 줄곧 서로를 흠모하고 거울로 삼아왔다"면서 "현재 국제 정세가 심각하게 격변하면서 글로벌 도전 대응 측면에서 중요 강대국인 중국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CCTV는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중국과 대화·협력을 강화해 더 많은 잠재력을 발굴하기를 희망한다"며 "양국 경제·무역·투자, 전기차, AI 등 영역의 협력을 심화하고 더 많은 이탈리아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을 희망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정상은 '중국과 이탈리아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행동계획(2024∼2027년)'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멜로니 총리는 전날 '중국 2인자' 리창 총리와 회담하면서 중국과 협력 재개를 위한 3개년 계획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 시작된 멜로니 총리의 중국 방문은 EU와 중국 간 통상 마찰이 고조되는 상황에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EU는 이달 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기존 관세율 10%에 더해 17.4∼37.6%포인트의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EU 회원국들을 개별 접촉하며 양자 무역 관계를 강조하는 등 방식으로 고율 관세 반대 '우군'을 모으고 있다.

전날 리 총리는 멜로니 총리에게 조선·항공·우주·신에너지·AI 분야 협력 의사를 밝히며 중국과 EU 관계 안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멜로니 총리의 방중이 중국을 둘러싸고 EU 회원국 간에 내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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