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투명 행정’ 한다더니 공무원 이름은 ‘익명’
[KBS 춘천] [앵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부서별 업무 담당자의 이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한다는 취지인데요,
실제 효과가 있을 지, 민원 불편만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순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부동산 관련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게시판.
특정 사안에 대해 담당 공무원 이름과 연락처를 알리고 단체 민원을 독려합니다.
공공기관 악성 민원사례 중 하나인 이른바 '좌표찍기' 입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좌표찍기'를 당한 9급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두 달 전, 공무원 보호 대책으로 온라인 이름 비공개를 검토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각 기관에 보냈습니다.
도내에서는 강원도교육청을 비롯해 횡성과 강릉 등 5개 지자체가 홈페이지에서 공무원 이름을 지웠습니다.
다른 시군도 비공개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성기영/전국공무원노조 횡성군지부장 : "직원의 개인정보도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 이렇게 판단하고, 온라인상에 있는 개인정보라도 좀 없애자 그런 취지에서."]
시민들은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를 걱정합니다.
민원 해결에 물리적인 시간이 더 소요되고, 불친절이나 불성실한 업무 처리도 우려된다는 반응입니다.
[염진영/횡성군 서원면 : "대부분 민원인들이 그것을(담당자) 알고 쳐서 보고 오는데 몇몇 악성 민원인들 때문에 (실명공개를) 폐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사 내 안내판이나 민원통지서에는 여전히 실명이 공개되고 있어 실제 '악성 민원' 예방 효과도 미지수라는 지적입니다.
투명성과 소통을 강조하는 정책 실명제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조민지/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담당 공무원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그동안의 제도적 노력이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악성 민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먼저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고순정 기자 (flyhi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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