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대금 조기회수 아득해진 소상공인 막막...“너무 무책임”

박종오 기자 2024. 7. 2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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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기업회생 신청
미정산액 매출 3분의 1에 달하기도
영세상인들 정책대출로 연명 처지
전자지급결제대행 업계도 암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9일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빌딩에 ‘티몬 본사 아님’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셀러(판매자) 미정산 대금 등 회사의 빚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티몬과 위메프를 지배하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사재 출연을 약속했으나, 이마저도 채무 상환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장 두 회사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받아야 하는 셀러들은 법원의 회생 절차 진행에 따라 상당 기간 정책 대출 등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29일 서울회생법원 등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는 채권자들이 회사의 보유 자산을 바탕으로 빚잔치를 벌이는 파산과 달리, 회사를 계속 운영하며 채무를 갚아나가는 걸 목적으로 한 제도다.

통상 법원은 기업의 신청일로부터 1개월 안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프로그램)을 신청한 까닭에 채권자들의 견해와 법원 판단에 따라서 최장 3개월간 회사와 채무자 간 자율 협의 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 여기서 빚 상환 여부 등이 합의되면 회생절차를 취소하고, 협약 체결이 무산되면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엔 법원이 포괄적 금지 명령을 하면 채권자가 민사 소송에서 승소해도 회사에 빚을 갚으라고 강제 집행을 할 수 없다. 이후 법원은 회계법인(조사위원)을 통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보고 회사를 계속 유지하는 게 실익이 있다면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채권자 등의 동의 절차를 거친다. 만약 계획안 인가 이후 예정대로 빚을 갚지 못하면 두 회사는 자동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이다.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회사의 자구책을 통한 미정산 대금 조기 회수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법원 회생을 잘 아는 한 판사는 “회생 절차 진행 중 기업이 다른 곳에 인수되면 빚을 조기에 상환할 수도 있다”면서도 “보통은 10년여에 걸쳐 나눠서 갚겠다고 계획안을 짜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셀러들의 경우 2개월 뒤에 정산받을 돈을 장기간 나눠서 받게 되는 셈이다.

티몬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정산액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5천만원이라는 ㅂ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미정산액의 일부라도 돌려주는 게 아니라 회생 신청을 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대출은 물론 나갈 돈이 많은데 직원 감축을 해야 하는지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액(미정산액)이 1억원 이상이라는 박아무개 대표도 “너무 무책임한 조처 같다”며 “이렇게 되면 영세업체들은 줄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결제 취소 및 환불을 우선 지원하기로 한 전자지급결제대행(PG·피지)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돌려준 돈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 까닭이다. 피지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 신청과 무관하게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결제 취소를 지원하겠다고 한 건 달라지지 않는다”며 “지금으로선 회사의 자구 노력을 통한 채무 변제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피지사들에게 환불 건을 모두 감당하라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두 회사의 회생 절차 신청과 셀러·피지사들의 손실 복구 장기화 등으로 뒤늦게 지원책과 제도 보완에 나선 정부 책임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이날 “회사의 판매 대금 미정산으로 이미 피해가 현실화된 만큼 회생 신청으로 인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마련한 정부 지원책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필요하면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pjo2@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박지영 jyp@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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