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메프·티몬 피해업체에 5천억 대출…“언 발에 오줌 누기”
정부가 ‘위메프·티몬’ 사태로 인해 줄도산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등 입점업체 지원을 위해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정책금융을 활용해 미정산 금액만큼을 한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입점업체 상당수가 코로나19 시기를 버티며 이미 대출금이 대폭 늘어난 점을 염두에 두면 사태의 근원적 해결이라기보다는 응급 처방에 가까운 대책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은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위메프·티몬에 있다”고 전제한 뒤,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용한 자원을 정부는 최대한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산한 미지급 판매 대금 규모는 25일 현재 2134억원이나, 정산 기일을 앞둔 대금이 적지 않아 미지급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먼저 정부는 피해 입점업체에 긴급경영안정자금 2천억원을 공급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단이 자연·사회재난으로 피해를 당한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당 10억원(이자율 연 3.4%),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소상공인당 1억5천만원(연 3.51%) 한도로 최대 5년까지 대출해준다. 다음달 중 시행된다.
국책 금융기관도 3천억원 규모의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고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돈을 빌려준다. 금리·한도·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고 부가세 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등 세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사 등 관광사업자의 대출 600억원 규모에 대해 금리 2.5~3.0%포인트의 이자차액을 지원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입점업체들이 대금 정산 지연 탓에 빠진 자금 경색과 이에 따른 도산 위험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대책은 모두 ‘대출’인 터라 입점업체로선 부담하지 않아도 될 ‘이자 비용’을 떠안게 됐다. 근원적으로 받아야 할 판매대금이 지급돼야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피해 입점업체들도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그쳤다며 쓴소리를 냈다. 위메프에 입점해 전통 과자를 판매하는 김대형 중랑시장 상인회장은 이날 진행된 피해업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로나 시기 대출금을 지금도 못 갚고 폐업조차 못 하는 소상공인이 허다하다”며 “또다시 대출로만 이 사안을 (정부가) 모면하려 든다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말했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소비자는 한 사람의 피해에 그칠 수 있으나, 입점업체의 피해는 공급자 제조업체까지 연쇄 자금 경색을 일으켜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플랫폼 업체의 지나치게 긴 대금 정산 기간 단축 △결제대금 일부를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소비자 집단소송법 및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도입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피해는 점차 수습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협조에 따라 신용카드사들과 결제대행업자(PG) 등이 대신 환불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소비자들이 환급받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현재 티몬·위메프 쪽에 물품 미배송 사실 확인 등이 지연되고 있어 실제 소비자에게 (결제취소 금액이) 환불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금 정산 지연 탓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이날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의 임원 5명을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입점업체들도 다음달 2일 큐텐을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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