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완료로 뜨는데 들어온 돈 ‘0원’…시스템 오류에 ‘환불 대란’
상품권은 환불 거부되기도
카드·결제사 서로 지침 달라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큐텐 본사 앞에서 만난 이모씨(50대)는 환불 신청이 접수됐음에도 불안한 얼굴로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씨의 티몬 애플리케이션(앱)에는 ‘환불 완료’라고 표시됐지만 정작 환불받은 금액은 ‘0원’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을 가려고 이씨가 결제한 금액은 약 1400만원이었다. 이씨는 “금액이 다 정산돼야 환불 완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이후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와 간편결제사 등에서 피해자 환불 절차가 시작됐지만 환불 과정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기관마다 입장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씨 같은 사례 외에도 일부 소비자는 환불 대상 순서에서 빠지는 일을 겪고 있고, 상품권 구매자는 환불 신청 접수조차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이판 가족여행을 위해 티몬에서 740만원을 결제한 조모씨(30대)는 일명 ‘누락자’다. 티몬은 260~300명에게 환불을 했다고 밝혔지만, 200번대 환불 예정자인 조씨는 아직 환불을 받지 못했다. 조씨의 휴대전화 속 환불 진행 페이지에는 ‘판매자 확인 후 환불’이라고만 적혔다. 여행상품 판매자가 결제 내역을 확인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미다. 조씨는 “여행사에 물어보니 ‘티몬이 판매자 확인을 하는 버튼을 없애버렸다’고 했다”며 “여행사에선 ‘판매자 확인을 할 수 없다’고 하고, 티몬에서는 ‘우리는 조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배모씨(30대)는 지난 21일 오후 9시50분쯤 신용카드로 하와이 여행상품을 결제했다. 36시간도 안 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문제가 터졌다. 배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발 빠르게 환불을 신청해 티몬의 환불 승인과 여행사의 판매자 확인도 마쳤다. 하지만 카드결제 취소는 실패했다. 티몬은 “결제대행사의 결제 시스템 오류”라고 했다. 배씨는 “결제대행사인 한국정보통신은 ‘카드사에 확인하고 티몬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논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티몬과 판매자 등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는데도 환불받지 못한 경우다.
정산 지연 사태로 폐기된 상품권에 대한 환불은 신청 자체가 거부되기도 했다. 직장인 A씨(40대)는 지난 4월 티몬에서 금 구매용 충전권을 구매했다. 디지털 귀금속 투자 서비스 앱에서 금을 사는 데 사용되는 충전권이다. 하지만 A씨는 충전권을 한 차례도 써보지 못하고 사용을 차단당했다. 해당 앱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티몬에 환불을 신청하라”고 했다. 이후 A씨는 티몬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티몬 측은 ‘상품 구매 후 7일 이내 환불을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신청을 거절했다. A씨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데, 본인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티몬 현장 피해자 모임 대표자 B씨는 이날 큐텐 본사 앞 모임에서 “신용카드사와 금융사, PG사에 해결을 요구하자마자 (티몬이) 환불을 멈추고, 신용카드사와 PG사에서도 자신들만 더 책임을 떠안을 순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곳도 저곳도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표자 김모씨는 “오류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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