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합병 증권신고서, 시장 눈높이 맞출까

남지현 기자 2024. 7. 2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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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안팎에서 논란이 된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안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가운데, 두산 쪽이 보완 제출할 증권신고서가 시장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합병 근거와 투자 위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증권신고서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할 금감원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합병 근거와 관련 투자 위험을 "일반적 위험과 구분해 구체적이되 간결하고 명료하게 서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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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 기재 그칠 경우 금감원 정치적 부담 가중
합병 이유, 투자 위험 공시 의무 강화 필요성도 제기
2020년 서울 중구 두산타워 전경. 연합뉴스

자본시장 안팎에서 논란이 된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안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가운데, 두산 쪽이 보완 제출할 증권신고서가 시장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합병 근거와 투자 위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증권신고서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할 금감원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금감원이 두산로보틱스(이하 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의 수리를 반려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두산밥캣(이하 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이하 에너빌리티)로부터 떼어내 로보틱스와 합병시키려는 이유와 주주들이 떠안게 될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조 개편 관련해서 막연하게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하지 말고, 왜 그렇게 판단한 건지 그 근거를 제시하고,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내용도 보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불공정 합병 논란의 핵심인 합병 비율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된 탓에 ‘주주와의 소통 부족’이란 이유를 들어 합병 진행을 일단 멈춰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금감원 요구를 두산 쪽이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규정상 합병 근거나 합병으로 인한 투자 위험을 얼마나 상세히 밝힐지는 기업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행정규칙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합병 시 해당 회사 주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위험요소’와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 외 세부적인 규정이 뒤따르지 않아 대개 로보틱스의 경우처럼 “합병 비율이 주가 변동에 따라 조정되지 않고 고정돼 주식가치 변동 위험이 존재한다” 정도의 추상적인 경고에 그친다.

국내 공시 관련 규정이 선진국과 견줘 헐거운 탓이다. 합병 관련 공시 규정도 ‘합병에 관한 일반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지만,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합병의 기대 효과에 대한 회사 쪽 설명은 ‘경영 효율화’ ‘시너지 효과’ 등 추상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세세하게 관련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 시장인 미국의 경우 합병 관련 공시 규정이 더 촘촘해 증권신고서 내용도 훨씬 구체적인 편이다. 가령, 지난해 10월 공시된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 간 합병 관련 공시를 보면, 합병 결정의 근거를 7개로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용도 ‘퍼미안 분지 내 유정 설계 비용 감소로 생산 비용이 줄어 자본 효율성이 증대한다’는 등 구체적이다.

주주 관점에서 합병의 유불리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은 피합병회사 이사회의 의견서도 공시에 첨부하도록 하는데, 여기에는 “엑손모빌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배당·자사주 매입 정책 등을 토대로 파이어니어 주주가 장기적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점”과 “시가 대비 19.9%의 프리미엄” 등 찬성의 구체적 근거가 기재돼 있다. 합병 관련 투자 위험도 지분권 감소 등까지 다각적으로 설명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합병 근거와 관련 투자 위험을 “일반적 위험과 구분해 구체적이되 간결하고 명료하게 서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요구한 내용이 잘 반영되는지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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