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된 이미지, 디지털 스크린처럼 투영한 ‘유사 회화’ [박미란의 속닥이는 그림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편집·변형
회화로 풍경 옮겨낸 ‘스크린샷’ 연작 선봬
소재·표현 변주를 통해 새로운 추상 탐구
이전 세대의 그것과 조금 다른 그림 추구
◆“회화는 세상에 대한 스크린샷”
윤향로가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2010년대는 인터넷 환경 및 디지털 미디어가 순수미술의 영역에 미친 영향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시기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포스트 인터넷 아트’(마리사 올슨, 2008)라는 용어를 화두 삼아 인터넷과 함께 자라난 세대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낯선 표현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었다. 인터넷의 발전 이후 갱신된 이미지 생산 및 유통 방식에 따라, 온라인에서 발견된 이미지들을 복제, 전유, 재생산하는 방식을 주된 조형 언어로 활용하는 1980년대생 작가들이 주로 호명된다. 윤향로는 해당 맥락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작가 중 하나다.
언젠가 윤향로에게 하나의 전시를 준비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묻자 “매번 새로운 주제로 소논문을 쓰는 마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 안팎을 탐구하는 데 진중한 노력을 기울이며 소재 및 표현의 변주를 시도해 왔다. 2020년 학고재에서 선보인 전시 ‘캔버스들’에서는 지난 세기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헬렌 프랑켄탈러(1928∼2011)의 활동을 정리한 책 페이지를 발췌하여 구성요소로 활용했다. 과거와 현재가 쌓인 텍스트 자료의 ‘스크린샷’ 위에 자신의 시간을 상징하는 드로잉과 아이의 낙서를 층층이 중첩하여 완성한 화면이다.
2022년 홀1과 실린더에서 개최한 개인전 ‘태깅’에 선보인 연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특정 단어나 상대의 계정을 태그하는 행위에서 착안했다. 하나의 단어로 함축된 태그는 직관적이어서 종종 실제 콘텐츠의 내용보다 중요하게 인식되는 역설이 일어난다. 스프레이로 여러 번 채색한 화면 곳곳에 알파벳이 어렴풋이 드러나지만 문자 자체의 의미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두 개의 물리적 장소 안에 놓인 작품들은 서로가 서로를 은연 중에 지시하는 한편 SNS 타임라인 위에서의 ‘태깅’으로 두 시공을 연동한다. 형상은 파편으로 쪼개어지며 더욱 추상화되는 면모이다.
스크린은 풍속과 풍량의 변화에 시시각각 반응하는 평면의 깃발이 되어 관객 앞에 매번 다른 모양과 소리를 선보인다. 화면은 아득한 우주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미지의 시공은 그저 막막하기보다 또 다른 가능성을 향하여 열린 내일이다.
윤향로는 오는 8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으로 북촌 소재 휘겸재에서 진행되는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9월 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동시 개최되는 서울아트위크 주간에는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에서 신작을 선보이는데, 오키나와를 화두 삼아 진행한 리서치에 기반하여 제작된 결과물이다. 이어 11월에는 금천예술공장 내 전시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계획으로 구상 및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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