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필리버스터 최장기록 경신···“EBS 세계테마기행이 정치 편향성 있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같은당 윤희숙 전 의원의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윤 전 의원은 2020년 12월 총 12시간47분 동안 국가정보원(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오후 9시21분에는 발언시간이 종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인 12시간47분을 넘어섰다. 기록을 갈아치운 시점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9시46분쯤 13시간12분을 끝으로 종료됐다. 다음 주자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EBS법 찬성 토론에 나섰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EBS의 프로그램들을 열거하며 이사 구성을 법으로 바꿔야 할 만큼 정치 편향적으로 운영됐느냐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EBS 프로그램 중 세계테마기행을 좋아한다”며 “세계테마기행을 보며 ‘랜선’여행도 했고 몸이 불편해 여행을 하지 못하는 분들도 대리만족을 느꼈을 텐데 이 세계테마기행에 정치적 편향성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그러면서 “아니면 EBS의 자랑인 펭수가 정치적 편향성이 있나. 아니면 뽀로로가 문제가 되나”라며 “EBS는 건들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지금 EBS는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를 늘리는 개정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EBS의 재정지원 확대, 다양한 프로그램을 넓히는 것이 EBS가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저는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도 비판한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님들이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걸 저는 못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방통위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하나로 이사 수를 21명으로 증원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장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으로 한다. 다만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설립해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고, 이사회는 특별다수제와 결선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사장을 임명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방송4법에 대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첫 번째 방통위법 필리버스터를 24시간7분, 방송법 필리버스터는 30시간46분, 방문진법 필리버스터는 30시간55분 동안 진행했다. 방송4법이 모두 처리되는 시점은 오는 30일 오전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방송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재표결을 거쳐 법안은 폐기된다.
앞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12월12일 국정원법 개정안 입법에 반대하는 총 12시간 47분 동안의 필리버스터로 종전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의 헌정사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가정보원법, 남북관계 특별법 개정안 등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신청해 12월9일부터 6일 동안 총 89시간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전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 입법 반대토론 당시 민주당 이종걸 전 의원이 세운 12시간31분이었다.
윤 전 의원은 당시 필리버스터에서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외국인으로서 미국 사회를 바라봤던 내용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개혁입법 처리를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다수가 법률을 만드는 특권을 가지면서, 자기들은 법률을 무시하는 권리까지 요구하면 이건 이상한 체제가 돼버린다”고 비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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