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기업에 저금리 대출·만기 연장 … "빚내서 빚 막는꼴"
판매사 일단 한숨 돌렸지만
소송통한 구제 1년이상 걸려
정부 "회생신청 영향 제한적"
카드·PG사도 사태 추이 촉각
29일 정부가 마련한 '5600억원+알파(α)' 규모의 대책은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판매사의 자금 조달 숨통을 틔워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정부가 금융권의 협조를 얻어 피해 판매사들에 대한 대출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해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오후 티메프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사태에 변수가 생겼지만 이를 두고 정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사 측의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이미 피해가 현실화된 만큼 회생 신청으로 인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생절차와는 별도로 판매업체 대금 정산 지연에 따른 자금 애로가 해소될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 결제 취소 등 환불 절차 개시에 나선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PG)들도 티메프 기업회생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상거래채권이 동결되고 티메프로부터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환불 절차는 일단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피해 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구체화했다. 우선 전 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은 정산 지연 피해 업체를 대상으로 기존 대출에 대해 최대 1년간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하고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피해 차주가 금융기관에 직접 신청하는 형태로, 티몬·위메프의 거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 등을 구비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한 자금 지원도 이뤄진다. IBK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가동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2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융자 지원할 예정이다. 금리와 한도, 지원 절차 등 세부 사항은 논의를 거쳐 다음달 확정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여행사 등에는 600억원 한도의 이차보전이 이뤄진다.
판매사들은 정부 대책에 대해 "일단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놨다. '시간 벌기'는 가능하겠지만 결국 티몬·위메프가 정산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티몬·위메프에서 15억원가량을 정산받지 못한 식품업체 대표 조 모씨는 "미정산액 이상으로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당장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물건값을 못 받은 사업자들이 왜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판매사 지원과는 별도로 소비자에 대한 환불 절차도 본격 진행됐다. 카드·PG사는 당초 계획대로 환불 절차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지만 티메프 회생절차가 돌입하면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정부도 PG사들의 피해액 규모가 커지면 향후 이들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소송을 통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 구제에 최소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대표변호사는 "3년 전 머지 사태 때도 불법행위의 주체인 머지플러스가 자금력이 없어 해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적계약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 측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사태 수습 노력에도 '뒷북 대응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이 사전에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규제 공백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를 통해 후속 대책을 추진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실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 위지혜 기자 / 채종원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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