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야당 압승이었는데, 혹시 부정선거?”...독재자 마두로 3연임 발표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7. 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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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좌파독재'에 맞서 야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이 지난 29일 0시 10분경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마두로 대통령이 과반수 득표에 성공해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첫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선거 시스템에 대해 "매우 높은 신뢰성과 보안, 투명성을 갖춘 시스템"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외국 세력이 대규모 해킹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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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 결과
선관위 “마두로 51.2% 1위”
‘야당 압승’ 출구조사 뒤집혀
대선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
시민들 “승복 못해” 시위예고
좌파독재에 심각한 경제난
정국 불안에 탈출구 안보여
3선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들과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그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에 불복할 뜻을 밝혔고, 한밤에 냄비를 두드리는 등 항의 시위를 벌여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25년 좌파독재’에 맞서 야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야당에서는 ‘부정 선거’라며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시민들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분노하고 있다.

28일 오후 6시(현지시간) 투표 종료 이후 미국 여론조사전문기관 에디슨 리서치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는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예상 득표율 65%로 마두로 대통령(31%)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메가날리시스도 곤살레스가 65%, 마두로가 14% 미만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이 지난 29일 0시 10분경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마두로 대통령이 과반수 득표에 성공해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가 발표한 대선 투표율은 59%, 등록 유권자수는 2139만2464명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80% 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515만92표)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후보와 득표율 차이를 볼 때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은 비가역적인 흐름”이라며 당선을 공식화했다.

선관위 공식 투표 집계에서 중도보수 성향의 곤살레스 후보는 44.2%(444만5978표)의 득표율로 2위에 그쳤다. 이번 대선 결과가 번복되지 않는다면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부터 2031년까지 6년간 3선 임기를 시작한다. 지난 2013년 4월 우고 차베스 대통령 사망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처음 당선된 마두로 대통령은 ‘18년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29일(현지시간)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오른쪽)과 야당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대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야권에서는 친여당 성향의 선관위가 개입한 대대적인 선거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과 2018년 치러진 두 번의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야권 지도자들은 개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디지털 집계를 기반으로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만, 최종 결과는 종이 투표지를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국의 개별 투표소에서 정부 인사인 선거 관리인이 해당 과정을 통솔하고, 야권이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선거 참관인이 이를 감독한다. 참관인들은 최종적으로 결과를 열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NYT는 많은 투표소에서 선거 관리인들이 참관인들에게 종이 개표 결과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가장 큰 투표소인 라파엘 나폴레옹 바우트 학교에서는 참관인의 종이 개표 확인 과정이 무시됐다. 제2 도시인 마라카이보에서는 지역 유력 정치인들조차 투표소에서 종이 개표 결과에 대한 접근을 거부당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는 복면을 쓴 남성들이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훔쳐 나가는 듯한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야권은 선거 조작을 위한 증거 인멸이라고 주장한다. 선관위는 3선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이 장악한 상태다. 종이 개표 결과가 없으면 야당이 선관위의 디지털 개표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은 “전체 종이 개표 결과의 40%만 확보했다”며 “여기에서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득표율이 70%였다”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도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 장면이 다수 포착됐다. 동부 마투린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투표소 대기줄에 접근해 총을 쐈고, 시민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국의 많은 투표소가 예정된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았고, 투표 기계가 멈췄다면서 중간에 투표를 중단하는 투표소도 있었다. 선거 당일 지정 투표소를 사전 안내 없이 변경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첫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선거 시스템에 대해 “매우 높은 신뢰성과 보안, 투명성을 갖췄다”고 자화자찬하며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외국 세력이 대규모 해킹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이 확정되면 베네수엘라에서는 1999년 차베스 집권 이후 30년 넘게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통합사회주의당(PSUV) 주도로 사실상 일당 독재 체제가 이어지게 된다.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한때 중남미 5대 경제 대국이었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극심한 초인플레이션과 연이은 정책 실패로 국민 4분의 3 이상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최근 4년간 물가상승률은 13만%에 달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마두로 정권의 실정 이후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해외로 떠난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이 7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경제는 마두로 집권 이전인 2012년부터 마두로가 집권한 후인 2020년까지 8년간 71%나 후퇴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중남미 대표 ’반미 인사‘로 꼽힌다. 그가 6년간 더 통치하면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과 경제 제재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선거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나 투표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엑스(X)를 통해 “미국은 역사적 대선에서 베네수엘라 국민과 함께한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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